[긴급진단] 서울 인구 이미 부산의 3배…지역균형발전 포기할 텐가
여권이 꺼내든 김포시의 서울 편입 카드
국민의힘이 발표한 김포시의 서울 편입 정책은, 이제 빗장 도시의 영역을 강남에서 서울 전체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차별의 장막을 치고, 공동체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빗장 도시는 1885년 미국 뉴욕 근교에서 시작돼 1990년대 초반엔 제3세계 변두리에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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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간 격차는 경제성장 저해
검증도 안된 정책 왜 서두르나
서울 강남의존도 더 커질 수도
」
과연 우리나라의 도시체계는 선진국형일까. 실은 ‘제3세계형’에 가깝다. 수도가 차지하는 인구 비율이 제2의 도시보다 2배 이상일 때 종주 도시라고 하는데 서울은 부산보다 인구가 약 3배다. 김포시를 비롯한 서울 주변 도시들을 편입하려는 의지는 서울을, 우리나라를 더 후진국형으로 몰아가는 발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보다 앞설 수 있다고 기대했다. 국가균형발전의 기틀을 만든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여러 정책 실험을 했으나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이 이 격차를 증폭시켰다는 학계 발표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는 달랐다. ‘분권과 균형’을 통합시키기 위해서 관련법을 전면 개정했다. 수도권에 첨단산업을 배치하고 비수도권에도 다양한 노력을 쏟아왔다. 김포시 편입 방안은 이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망령이 ‘메가시티 서울’ 만들기로 되살아나는 건 아닌지 무섭기까지 하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할 경우 ‘땅’은 주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땅에는 울림이 있다. 그 울림이 널리 퍼져나가면서 토착민들의 일상을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는 게 지리학적 시선이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의 싸움을 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은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에서 혼돈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이미 후진국형 메가시티인 서울을 더 후진적으로 만들려는 이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본주의 도시는 ‘길’을 중심으로 연결성을 극대화한다. 산업혁명 초기에 도로와 철도가 그랬고 200년이 흐르자 디지털이 우리의 삶을 더욱 밀접하게 묶는다. 서울은 어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나. 일터와 삶터를 기준으로 보면 답은 경기도 신도시들이다. 경기도 신도시의 주민은 서울 강남에서 일하고 경기도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강남의 의존도가 극대화되어 있다. 그런 일이 생겨선 안 되겠지만, 강남이 흔들리면 경기도 신도시가 휘청이고 심지어 국가가 요동칠 수도 있다.
이 불안한 국면에 경기도의 신도시들을 서울로 편입시켜야 할까.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와 인천을 서울의 배후지역이라 부르고 있고, 보다 자립적인 발전이 어려워지는 마당이다. 자본주의 발전의 첨병인 영국과 그 중심지인 런던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역 간 격차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 영국은 이미 10년 전인 2013년에 영국 도시성장위원회에서 ‘런던이 영국 성장의 원동력이긴 하나 런던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잠재적 리스크가 커서 국가 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결과 영국 정부는 런던 이외의 자치역량을 갖춘 대도시 육성에 초점을 뒀다. 런던 성장이 다른 지역을 희생의 대가로 삼지 않는 윈-윈 전략을 모색해 왔다.
그런데도 영국의 고질적인 지역 격차 문제는 브렉시트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국민주권 문제, EU 분담금 문제, 이민자 문제로 알려졌지만, 산업쇠퇴지역 주민이 수도 런던의 정치·경제 엘리트들에게 가진 반감의 결과’라는 연구가 있다.(국토연구원 전봉경 박사) 이미 공룡이 되어 버린 서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
지역이라는 존재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오랜 세월 퇴적해 형성된 생명체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적 발상이 지역만의 고귀한 생명을 끊을까 우려될 뿐 아니라 영국의 브렉시트 이상의 메가급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성훈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대한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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