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세계는 지금 ‘메가시티’ 경쟁…인프라 키워 ‘삶의 질’ 높여야
여권이 꺼내든 김포시의 서울 편입 카드
언제부터인가 한국 지방자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시야에 갇혀 있었다. 국가와 지방의 관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관계, 지방과 지방의 관계 등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어느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본다는 식의 논리다. 이 과정에서 대도시조차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그 바람에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
「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
지방 행정개혁의 마지막 기회
‘서울공화국’ 우려 불식이 과제
」
외국에선 이런 불만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초거대도시(메가시티) 전략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 프랑스는 이미 파리를 중심으로 ‘그랑파리 메트로폴’을 설치했다. 중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라는 메가시티 개발계획을 진행 중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인 1996년 수도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와 베를린의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했다. 당시 베를린 시민 과반수가 통합에 찬성했지만, 브란덴부르크주에선 반대가 더 많아 통합은 무산됐다. 하지만 베를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수도권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적지 않다.
다른 나라 수도와 달리 서울은 공간적으로 확장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미래 전략의 한계를 보인다. 서울의 경쟁 상대는 국내 다른 대도시가 아니다. 서울은 일본 도쿄나 영국 런던 같은 다른 나라 수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경기도는 한강 북쪽 지역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강 북쪽도 아니고 경기 남부와도 완전히 단절되는 ‘외톨이 김포’를 예고하고 말았다. 경기도는 경기 남부와 북부 중 어느 쪽에 속할지는 김포 시민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포 시민들은 어느 쪽을 택하든 또다시 소외된 변방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김포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서울 편입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배경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 공론화는 양쪽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서울은 메가시티를 향한 전략적 필요성이 있다. 김포 시민들에겐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된다. 현재 김포에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적지 않다. 이들에겐 행정구역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고 싶은 요구가 강하다.
사실 지금까지 서울 확장을 말할 때 김포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김포의 신도시 개발은 다른 지역에 비해 늦었다. 그러다 보니 교통망 등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하다. ‘출퇴근 전쟁’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포 시민들 사이에선 기본적인 수요조차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김포가 서울로 들어오면 서울과 김포 모두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맞는 행정체제 개편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나누는 금을 새로 긋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처럼 폐쇄적인 지방자치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전제한 지역 통합이란 점에서 열린 시각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서울이 확장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비판받던 ‘서울 공화국’ 심화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경기도의 허탈감을 달래는 동시에 김포와 인접한 인천시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비수도권은 ‘메가시티 서울’의 탄생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응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은 지방 행정체제 개편이 국가를 재설계하고 재구조화하는 작업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적 술수로 활용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향상하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이번 일을 제대로 성사시키기 바란다.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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