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카오 갑질…윤 대통령 “꼭 제재”
윤석열(얼굴) 대통령이 1일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 독과점 발언은 윤 대통령이 서울 마포구의 북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어느 소상공인의 호소에 윤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경기도 김포시에서 수산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여성이 “갑자기 눈물이 난다”면서 대출 장벽과 높은 수수료로 영업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기업 대출에 비해 가계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낮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인데, 도대체 이런 자세로 영업해서는 안 되며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윤 대통령은 다소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은행업계 운영에 대해서도 “앉아서 돈을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것이 (그들의) 문제”라며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한 소상공인의 발언을 전한 데 이어 은행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택시의 독점적 지위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라고 했다.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인을 다 시켜놓고 나서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며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예정에 없이 나온 것으로, 국민의 생생한 절규에 공감한 윤 대통령 역시 감정이 북받친 것 같다”며 “민생 현장 중심의 신속한 행정과 정책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민생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전에는 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부처 공무원, 교수 등을 중심으로 모였지만 이날은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소상공인 “대출장벽 눈물 나” 윤 대통령 “은행 체질 바꿔야”
카페 창문에는 ‘국민은 늘 옳습니다. 언제나 듣겠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었고, 윤 대통령 테이블에도 ‘국민의 목소리 경청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다.
캐주얼 정장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마포’와의 인연부터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재작년 6월 29일 제 정치 선언문 첫 페이지에 마포 자영업자 이야기가 나온다”며 학창시절 자주 다니던 돼지갈비집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면서 종업원 퇴직금이라도 조금씩 주려고 집도 팔아서 월세로 들어갔다는 사연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그때 정치 선언문에 “언제까지 국가는 왜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냐”는 자영업자의 말을 담았었다. 이를 상기하며 마포가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계기가 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기를 다시 와 보니 저로 하여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마포에서 초심을 다시 새기고 비상한 각오로 민생을 챙길 것”이라며 “국민 의견을 하나하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언급했던 ‘건전재정’ 운용 기조도 거듭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다 보니까 참 쉽지 않다”며 “결국은 돈이 드는데 정부 재정 지출이 팍팍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서민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반대 측에서) 아우성이다”며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이 죽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요불급한 것을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이 절규하는 분야에다 (예산을) 재배치시켜야 하는데 (정부 지원금을) 받아 오던 사람들은 죽기살기로 저항한다”고 했다.
이어 “받다가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대통령 퇴진운동을 한다”며 “(반대 측에선)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는 이야기까지 막 나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런 주장에 대한 자신의 답변이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서민이 오늘날과 같은 정치 과잉 시대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며 “어쨌든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대통령인 제 책임 또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란 확고한 인식을 갖고 오늘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둘러보며 “선거를 앞두고 ‘(재정) 사이즈를 늘려야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막 깎아서야 선거 치르겠느냐’ 하는 우려가 많다”며 “(그럼에도) 정치와 국정은 선거보다는 국민을 먼저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통신비와 교통비, 생계급여, 서민·소상공인 대출 문제를 언급하며 “(서민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곳에는 기본적으로 재정이 들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부도덕’ 비판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제기된 여러 우려에 대해 업계 및 국민의 목소리와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빠른 시일 내에 택시업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해 수수료 체계 개편을 포함한 택시 서비스 전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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