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NC의 이변? 16년 야구공부 성적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올해 포스트시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6연승, 2020년 한국시리즈를 포함하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9연승 행진이다. 그 돌풍의 지휘자는 올 시즌 처음 프로야구 사령탑에 오른 강인권(51) NC 감독이다.
NC는 지난 31일 열린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KT 위즈를 3-2로 꺾고 먼저 2승을 거뒀다.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LG 트윈스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NC는 지난 19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두산 베어스를 제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준플레이오프에선 3위 SSG 랜더스를 3연승으로 물리치고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이어진 플레이오프에서도 2위 KT의 안방에서 2승을 먼저 따내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강 감독은 특유의 ‘외유내강’ 리더십으로 NC의 기적 같은 무패 행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강 감독은 사실 말만 ‘초보’ 감독이다. 2006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16년 동안 지도자로서 수많은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두산에서 2015·16년 한국시리즈 우승, NC에서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지난 시즌엔 5월부터 감독대행을 맡아 1군 사령탑으로서의 능력을 일찌감치 공개했다. 오랜 기간 쌓아 올린 강 감독의 경험이 올가을 마침내 ‘때’를 만난 셈이다.
포스트시즌은 늘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무대다. 그러나 올가을 강 감독의 구상과 계산은 거의 어긋남이 없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올해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에 오른 에이스 에릭 페디가 없는 데도 절묘한 계투 작전으로 승리를 거뒀다. 강 감독의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와 적재적소 대타 기용에 “작두를 탔다”, “초보 감독이 아니라 ‘가을 타짜’다”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KT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강 감독의 판단력은 빛을 발했다. NC 에이스 페디는 1차전 5회 1사 후 KT 문상철이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이민호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양팔을 벌렸다. 심판도 심기가 불편한 듯 마운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칫 페디의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때 강 감독이 벤치에서 득달같이 뛰어나와 이민호 주심을 말렸고, 페디도 마음을 진정시켰다. 페디는 경기 후 “감독님이 올라와 주셔서 (상황이 잘 해결돼) 감사했다”고 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정민철 해설위원은 “그런 상황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선수 편을 들어 심판과 싸우거나, 선수의 퇴장을 막기 위해 심판을 대신 회유하거나. 강 감독은 후자였다”며 “중요한 경기였고, 절대적인 에이스가 꼭 마운드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 감독은 선수에 동조해 문제를 키우기보다 스스로 중재자가 돼 사태를 일단락했다. 정말 현명한 판단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원칙을 지키는 강 감독의 선수 기용도 박수를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베테랑 포수 박세혁(33) 대신 24세 신예 김형준을 주전으로 내세운 용병술이 돋보였다. NC의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성장한 김형준은 가을야구에서 공수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마무리 투수 이용찬을 계속 믿고 기용하는 뚝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용찬은 가을야구 내내 흔들렸지만, 강 감독은 한 시즌 내내 뒷문을 지킨 마무리 투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현역 시절 ‘포수 강인권’과 노히트노런을 합작했던 정민철 위원은 “강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공부를 많이 하는 포수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투수 운용이나 대타 기용, 선수 선택이 적중한 건 결코 ‘운’이 아니다. 그간 강 감독이 지도자로서 쌓아온 경험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NC는 2일 홈구장 창원으로 옮겨 KT와 3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도 승리하면 역대 최다인 포스트시즌 10연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강 감독은 “연승 기록을 이어가면 한국시리즈에 빨리 진출하는 것 아닌가. 잘 준비해서 3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 강인권 감독은
「 ◦ 생년월일: 1972년 6월 26일
◦ 출신교: 대전 신흥초-충남중-대전고-한양대
◦ 선수 경력: 1995년 한화 입단-2002년 두산 이적-2006년 은퇴 (12년)
◦ 코치 경력: 2007년 두산-2012년 NC-2015년 두산-2018년 한화-2020년 NC-2022년 5월 NC 감독대행
◦ 감독 경력: 2023년 NC 제3대 감독 부임
◦ 올 시즌 성적: 75승 2무 67패(승률 0.528), 정규시즌 4위
」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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