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사회 갈등의 치유제…대학개혁도 벽허물기 중요”
“인문학은 중요성에 비해 소외되기 쉽습니다. 정부가 중요성을 대변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교육부가 부산시와 함께 주최하는 제7회 세계인문학포럼이 8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다. 포럼 개최 이유에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책무’라고 했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보니 그 중요성이 잊히기 쉽다. 장 차관은 “정부 내에 주인의식을 갖고 인문학을 챙길 다른 부처가 딱히 없다”며 “교육부가 인문학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인문학포럼은 다양한 문화권의 인문학 성과를 나누고 세계 석학들이 모여 인류가 직면한 과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취지로 2011년부터 격년으로 열렸다. 국내 인문학자에게는 해외 학자와 교류하는 자리이자 한국 인문학을 해외에 알릴 기회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관계의 인문학: 소통·공존·공감을 위하여’다. 기조 강연자는 영화 미학의 대표적 학자인 자크 오몽 프랑스 소르본 누벨대학교 명예교수다. 놀이와 예술이 인간을 조건 없이 결합하게 한다고 보는 그는 영화를 통한 인간의 소통과 공감에 관해 얘기할 예정이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마이크 킴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커스틴 말름켸르 영국 레스터대 명예교수 등이 강연자로 나선다. 다음은 장 차관과의 일문일답.
Q : 정부가 첨단 분야만 강조하다 보니 인문학이 소외된다는 시각이 있다.
A : “정부가 인문학에 관심 없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소외감은 더 커졌다. 은둔형 외톨이, 묻지마 범죄 등에서 나타나는 소외감과 정신적 고립, 사회에 내재한 갈등은 인문학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첨단 기술도 융합이 핵심이고, 인문학 소양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정부는 관심을 갖는다.”
Q : 인문학 분야에 대한 예산 투입은.
A : “지난해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를 만들면서 대학 예산을 대폭 늘렸는데, 인문학 예산도 많이 늘었다. 내년에 연구개발(R&D) 예산이 좀 삭감됐지만, 인문학은 거의 동일한 규모다. 정부가 기본적으로 인문학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Q : 인문학에 대한 지원 방향은.
A : “꾸준히 지원해야 학문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본다. 네 가지 방향인데, 첫 번째 학문 후속세대 지원이다. 올해 60억원을 투입해 박사 과정생 연구장려금을 신설했다. 1인당 2000만원을 준다. 인문학 분야는 134명을 지원한다. 두 번째는 신진·중견 연구자 특성에 따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세 번째는 각 대학 인문학 연구소를 지원하고, 네 번째는 이번 포럼처럼 성과를 공유하는 기회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 네 가지에 약 3100억원을 투입한다.”
Q : 인문학 발전을 위한 계획은.
A :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인문학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 개혁에 있어서 ‘벽 허물기’를 중요한 키워드로 본다. 예를 들면 대학이 무전공·융합 전공으로 신입생을 뽑고 각자 길을 찾게 해주자는 거다.”
Q :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인데.
A : “교육 당국은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부족하면 먼저 어려워지는 분야를 주목한다. 인문학은 기본이라고 늘 생각한다. 뭔가 기르려면 땅이 비옥해야 하는데, 인문학이 그 땅이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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