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난민촌 공격 200명 사상…유엔 “즉각 휴전해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며 가자지구 난민촌을 공습해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관과 시설을 노린 공격이라 설명했지만, 인근 아랍국가 등 국제사회는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시티에서 5㎞ 떨어진 곳까지 포위망을 좁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해 큰 폭발이 일어났다. 외신은 폭발로 현장에 거대한 구덩이가 여럿 생기고 건물이 무너져 희생자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현지 병원 의사 무함마드 알 판은 CNN에 “까맣게 탄 시신이 수백 구”라고 전했다. 목격자 무함마드 이브라힘은 “빵 사려고 줄 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경고 없이 미사일 7~8기가 떨어졌다”며 “땅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고, 이곳저곳에 시신이 널려있었다”고 말했다.
“빵 사려 줄섰는데 미사일 8기 떨어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초 집계 결과 사망자는 50명, 부상자는 150명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400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인질 7명도 숨졌다고 주장했다. 인명피해가 유독 큰 이유는 이곳에 많은 난민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등록된 난민만 11만6011명이다. 11만 명이 여의도 면적(2.9㎢)의 절반인 1.4㎢에 살고 있어 피해가 컸다는 설명이다.
반인도적 참사란 지적에 IDF는 하마스 지휘관과 지하터널 등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반박했다. IDF는 성명을 통해 “기바티 보병 여단이 주도하는 보병과 탱크 부대가 자발리아 서쪽에 있던 하마스 근거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7일 새벽 공격을 주도한 자발리아 여단 지휘관 이브라힘 비아리 등 하마스 대원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마스는 입장문을 통해 “공습 시간대에 자발리아에 있었던 우리 지휘관은 없다”며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하마스 대변인 하젬 카셈은 “이스라엘이 지휘관 사살을 핑계로 민간인에 대한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이얄 그린바움 이스라엘 공군 참모총장은 더타임스에 “우리는 공습 전 최다 12번 검토하는 등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건 하마스가 민간인을 이번 전쟁의 한 부분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전날 밤 IDF는 자발리아 등을 포함한 하마스 시설 300여 곳을 타격했다. 개전 이후 처음으로 하마스의 지하 터널 내부도 공격했다.
난민촌 피폭에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각국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이집트는 “주거 지역을 표적으로 삼은 비인간적인 행위”로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나세르 카나니 외교부 대변인은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즉각 인도주의적 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이자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시티로의 포위망을 좁혀가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잡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랩스’가 가자지구 북쪽 이스라엘 접경지역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탱크와 수백 대의 장갑차가 국경을 넘은 모습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IDF 기갑부대는 수십 대씩으로 나뉘어 가자시티 외곽 시가지에 진입 중이다.
가자지구 외국인, 이집트 피란길 열려
FT는 “이스라엘군은 해변과 농경지 등 인적 드문 곳을 통해 신속히 가자시티 인근으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NYT는 “가장 깊이 진입한 부대는 가자시티와 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북쪽의 알카라마 지역까지 밀고 들어갔다”며 “가자지구 남북을 잇는 주(主)도로와 가자지구 북동쪽 베이트 하눈에서도 기갑차량 행렬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전날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된 협상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외국 국적자와 중상 환자가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이동하는 데 합의했다. 사람이 빠져나오는 것은 전쟁 발발 이후 25일 만에 처음이다.
한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1일 자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무고한 민간인은 인종이나 종교, 성별 등 모든 것에 무관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간인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일부 공화당 강경파가 이스라엘만 지원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지원은 삭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심각한 잘못”이라며 반박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가 벌인 잔혹함 때문에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들 역시 피해자이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8~9일 방한한다.
서유진·이승호·전수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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