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검사실 만들고 영상통화…서울대 교수도 10억 뜯겼다
경찰이 단일 조직으로는 최대 규모 사기 행각을 벌인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했다.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일 중국 항저우에 근거지를 두고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4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중 총책 등 1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는 1890여 명, 뜯긴 금액은 1491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나머지 조직원 30여 명을 쫓고 있다. 이번에 잡힌 일당은 2017년 항저우에 한국인과 조선족 등으로 구성한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만든 뒤 지난 4월까지 검찰·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사기를 저질렀다. 경찰은 2년 전 부터 이들을 추적한 끝에 한국인 총책 A씨 등을 검거해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교수, 의사, 대기업 직원 등 고소득·고학력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직 서울대 교수 B씨는 10억원을 뜯겼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11월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둔갑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전화를 받았다. B씨의 은행 계좌가 범죄 조직 자금 세탁 창구로 이용돼 곧 공범으로 곧 구속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의구심이 든 B씨는 전화를 끊고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112를 통해 다시 연결된 중앙지검에선 수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이미 악성 앱이 깔려있어서 B씨가 112에 전화를 걸어도 다시 조직원에게 연결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B씨는 “정상 자금인지 확인하겠다”는 가짜 검사 말에 현금 2억원을 은행에서 뽑았다. 이어 가짜 금융감독원 직원이 나타나 “검찰과 합동 수사를 진행 중인데 현금 일련번호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에 속아 돈을 줬다. B씨는 또 “금융권 내 범죄 조력자를 확인하려면 정상 대출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말에 8억원을 대출받아 건넸다. B씨는 돈을 전달한 뒤 이들이 연락을 끊자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피해자들이 당한 수법도 대체로 비슷했다.
이번에 잡힌 범죄조직은 피해자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법복과 법전, 명패까지 놓인 가짜 검사실에서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영상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를 활용한 신종 사기 수법을 개발해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애초 피해자가 130여 명으로 파악됐으나, 미제사건이 이들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피해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예산=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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