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양자 이인수 박사 별세…"父 뜻처럼 北동포 자유 누리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박사가 1일 오후 6시53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영면했다. 향년 92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는 이날 “이 박사가 노환으로 별세했다”며 “고인은 61년 동안 한결같이 ‘아버님 선양’에 진력하셨다”고 밝혔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돼 북한 동포들도 자유를 누리고 배고프지 않게 잘 살기를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또 “항상 마음이 아팠던 점은 아버님에 돌아가신 후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이 ‘이승만 지우기’에만 골몰했던 점”이라며 “그래서 국민이 아버님을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어 “생전에 이승만대통령기념관이 건립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며 “하지만 국민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아버님의 평소 지론을 늘 기억해주셔서 참 감사하고, 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인은 이 전 대통령이 4·19로 하야한 뒤 하와이에 체류하던 시절인 1961년 11월 만 30세의 나이에 양자로 입적됐다. 같은 전주 이씨에 양녕대군파, 항렬도 아들뻘로 딱 맞아서 전주 이씨 종친회에서 주선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고령(당시 86세)인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대학(고려대 경영학) 졸업자란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이 박사는 양자로 입적한 뒤 세 차례 하와이를 찾아 아버지를 모셨다. 특히 이 박사는 양자 입적 뒤 이듬해인 1962년 12월 하와이로 건너가 이 전 대통령 부부를 직접 만났는데, 당시 4·19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일화가 남아있다. 당시 이 박사를 만난 이 전 대통령은 “그 다친 애들은 어떻게 됐어”라고 물으며 4·19 때 부상당한 학생들부터 걱정했다고 한다. 이에 이 박사는 “나라에서 잘 치료하고 잘 보살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켰다. 이 박사는 1965년 7월에는 하와이로 건너가 이 전 대통령의 임종을 지켰다.
이 전 대통령 영면 이후 고인은 남은 평생을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힘썼다. 지난 9월 1일엔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과했다. 1960년 4·19 혁명이 발발한 지 63년 만에 부친을 대신한 첫 공개 사과였다. 참배 후 이 박사는 “선친께서 참 ‘잘하였노라’ 무척 기뻐하실 것 같다”고 눈물을 보였다.
양자가 되기 전 이 박사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1960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 시위 현장에 직장인 신분으로 참여했다. 불과 1년 7개월여 뒤 자신의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이 될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 역사의 질곡에 놓였던 고인은 4·19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과를 하는 걸 본인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여겼다. 부인 조혜자 여사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남편이 4·19 희생자와 유족에게 많이 사과하고 싶어했다. 이 양반 소원이 사과였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최근에는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 진행 중인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내가 일어나야 한다. 아버님 기념관을 좀 잘 만들어놓고 가야 한다”고 유가족에게 여러차례 말했다고 한다.
고인은 조혜자 여사와 슬하에 두 아들 병구·병조 씨를 뒀다. 조 여사는 이날 통화에서 “55년간 해로했는데 이제 떠났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이 박사는 책과 부인(조 여사)밖에 모르던 사람”이라고 슬퍼했다. 고인은 조 여사에게 “어려운 시어머니(프란체스카 여사) 잘 모셔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말도 남겼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발인은 11월 4일 토요일 오전 10시다. 장지는 충청북도 괴산군 호국원으로 정해졌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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