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서귀포] 혈투 속 포항이 웃었다…승부차기 끝에 제주 꺾고 10년 만에 FA컵 결승전 안착
10년 만에 성사된 리턴 매치.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는 120분 동안 혈투를 벌인 끝에 승부차기로 향했다. 마지막에 웃은 건 원정팀 포항이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1일 오후 7시 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3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서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10년 만에 결승전 무대를 밟았다. 공교롭게도 10년 전 준결승에서도 제주를 꺾은 바 있는데, 당시 우승까지 차지하며 창단 첫 더블(리그-FA컵 우승)을 이뤄낸 좋은 기억이 있다. 오는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리는 FA컵 결승전 상대는 전북 현대다. 전북은 인천 유나이티드를 3-1로 꺾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6회 우승에 도전한다.
이날 포항은 전반 막바지 제주의 날카로운 역습에 당하며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 김인성의 놀라운 원더 동점골이 나왔다. 포항은 후반 내내 우위를 점했지만, 끝내 제주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향했다.
연장 30분 승부로도 치열하게 다툰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로 향했다. 마지막 키커 이호재가 깔끔히 골망을 흔들어 결승행을 확정했다.
포항은 10년 만에 성사된 리턴 매치에서 역사를 반복했다. 두 팀은 2013년 FA컵 준결승에서도 만났는데, 당시에는 포항이 제주를 꺾고 결승으로 향해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정조국 감독대행이 이끄는 제주는 먼저 서진수·김봉수를 전방에 배치했다. 이어 조나탄 링·김건웅·최영준·헤이스가 뒤를 받쳤다. 백4는 정운·임채민·연제운·임창우다. 골키퍼 장갑은 김동준이 꼈다. 이기혁·유리·이주용은 벤치에서 출격을 대기했다. 구자철은 컨디션 난조로 아예 제외됐다.
이에 맞선 김기동 감독의 포항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제카가 최전방에 배치됐고, 2선에 김승대·고영준·김인성이 나섰다. 3선은 한찬희·김종우가 맡았다. 백4는 박승욱·그랜트·하창래·신광훈이다. 골문은 황인재가 책임진다. 이호재·홍윤상·심상민 등은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렸다.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은 ‘단기전’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정조국 감독대행은 “이런 무대일수록 후회 없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에게 2경기(준결승, 결승) 남았다고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반 첫 10분은 탐색전이 열렸다. 양 팀 모두 적절한 파울로 서로의 공격을 끊으며 위협적인 장면을 피했다. 그사이 제주가 김봉수의 크로스와 정운의 프리킥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골망을 흔들진 못했다. 포항은 김인성의 크로스로 응수했지만, 전체적인 공격 템포가 느렸다.
분위기가 바뀐 건 전반 18분부터였다. 제주 서진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에 이은 땅볼 크로스로 포항 수비를 흔들었다. 3분 뒤엔 포항이 간접 프리킥 기회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고영준의 프리킥이 혼전 상황에서 김인성 앞에 떨어졌다. 하지만 김인성의 발리 슈팅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직후 제주는 왼쪽에서 김봉수·헤이스의 멋진 연계 플레이로 페널티박스 바로 앞까지 전개했다. 하지만 헤이스가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마무리 슈팅까지 시도하지 못했다.
한편 포항의 공격은 다소 더뎠다. 전반 34분엔 왼쪽의 박승욱와 김승대를 이용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임창우와 최영준이 영리하게 견제했다. 2분 뒤엔 김인성의 역습 전개에 이은 신광훈의 크로스가 나왔으나, 이마저도 막혔다.
제주 역시 왼쪽에 배치된 헤이스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고자 했지만, 공격 작업에서의 세밀함이 아쉬웠다.
한번 40분엔 양 팀 선수단이 충돌하기도 했다. 제카와 임채민이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 끝에 넘어졌다. 두 선수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선수단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이 장면 이후 이날 처음으로 균형이 무너졌다. 포항의 코너킥 공격이 다소 길었고, 헤이스가 낚아채 단독 드리블로 단숨에 포항 진영까지 넘어왔다. 이어 공을 받은 김봉수는 상대의 견제를 이겨낸 뒤 반대편 서진수에게 크로스를 건넸다. 서진수의 첫 터치는 다소 튀었지만, 이내 공을 잡은 뒤 왼발 슈팅으로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 선수단은 헤이스가 공을 낚아챈 과정이 파울이라고 어필했으나, 주심은 그대로 골을 인정했다.
기세를 탄 제주는 전반 종료 직전 헤이스-서진수-링이 역습을 전개했다. 공격 숫자가 많았으나, 헤이스의 마지막 패스가 링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포항은 추가시간 막바지 다시 한번 제주의 골문을 노렸지만, 크로스는 골키퍼 김동준 품에 안겼다. 전반전은 제주의 1-0 리드로 끝났다.
교체 카드를 먼저 꺼낸 건 포항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신광흔을 빼고 심상민을 투입했다. 포문을 연 것도 포항이었다. 고영준의 코너킥이 그랜트에게 향했다. 하지만 공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후반 8분에는 한찬희의 크로스가 박스 안 깊숙이 위치한 김승대에게 향했으나, 터치가 불안정해 공격이 무산됐다.
포항 진영에서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후반 10분 심상민이 수비 지역에서 너무 공을 오래 끌었다. 이미 압박에서 벗어나 김종우에게 공을 건넸는데, 이를 김봉수가 차단했다. 자연스레 서진수가 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각이 좁아 제대로 된 공격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갈길 바쁜 포항은 제카의 머리를 이용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키퍼 김동준에게 향했다.
후반 14분 포항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임채민이 크로스를 차단했으나, 공이 박스 밖 김종우에게 향했다. 김종우는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는데, 김동준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하지만 김동준의 두 번째 선방은 없었다. 후반 15분 포항의 코너킥 공격에서 제카가 공을 지켜낸 뒤 김인성에게 건넸다. 김인성은 오른발 발리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향했다. 김동준이 몸을 날릴 수 없는 위치였다. 김인성의 원더 골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직후 정조국 감독대행은 링을 빼고 공격수 김승섭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인성이 제주를 흔들었다. 후반 18분에는 단독 돌파로 파울을 얻어내더니, 21분에는 왼쪽으로 접고 들어와 왼발 중거리 슈팅까지 시도했다. 슈팅은 김동준이 막아냈다.
동점을 만든 포항의 높은 점유율로 제주의 진영을 물러나게 했다. 25분에는 제카-고영준이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공은 골대 왼쪽으로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한편 후반 28분 두 팀은 나란히 공격적인 교체 카드를 꺼냈다. 먼저 포항은 고영준을 빼고 이호재를 투입했다. 제주는 헤이스 대신 유리 조나탄을 투입했다. 이후 포항이 점유하고, 제주가 수비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후반 45분과 추가시간 4분이 모두 지났지만, 끝내 추가 득점은 없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체력적 한계와 함께 맞이한 연장 전반전은 양 진영에서 부상이 우려되는 아찔한 장면이 오갔다. 먼저 6분 김승대의 패스를 받기 위해 이호재가 침투하는 과정에서 김동준과 충돌했다. 김동준은 한동안 치료를 받은 끝에 다시 일어서 골문을 지켰다.
12분에는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그랜트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충돌해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연장 전반이 다 지난 15분에 나왔다. 제카가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임채민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연장 후반 공격 기회를 잡은 건 제주였다. 4분 포항 수비가 자리 잡기 전에 빠른 스로인 공격으로 오른쪽 측면을 뚫었다. 하지만 크로스가 수비에 막히며 공격이 무산됐다. 이후 선수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포항 응원석이 들썩인 건 연장 후반 24분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이호재가 문전 앞에서 완벽한 헤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골키퍼 김동준이 몸을 던져 실점을 막았다. 3분 뒤 제카가 박스 밖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이마저도 골문 위로 향했다.
120분 혈투가 지나고, 승부차기의 시간이 다가왔다.
1번 키커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정운은 깔끔하게 골망을 갈랐고, 제카의 슈팅은 김동준에게 막혔다. 반대로 다음 순번에선 임채민이 실축, 박찬용이 성공해 균형이 맞춰졌다. 3번 키커 유리 조나탄과 심상민은 모두 골망을 흔들었다.
제주 4번 키커 김오규의 슈팅은 황인재에게 막혔다. 포항 한찬희는 골망을 흔들어 다시 앞섰다. 제주는 추격에 성공했지만, 결국 마지막 포항의 5번 키커 이호재가 깔끔히 슈팅에 성공해 FA컵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귀포=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민재 실수' 뮌헨, 3부 15위 팀에 '충격패'…컵대회 탈락에 트레블도 무산 - 일간스포츠
- 전청조, 남현희 통해 펜싱협회 접근…"30억원 후원 제안했다" - 일간스포츠
- 오현규 ‘결승 골’→“감독이 쳐다보지도 않아” 英 현지 의심 지웠다…셀틱은 개막 11G 무패 -
- 브브걸 유정, 11살 연상 ♥이규한과 러브스토리 “빨리 고백했으면 했다” [TVis](라스) - 일간스포
- “강제로 입맞춤” 80대 공연계 원로, 20대 여학생 성폭력… 징역 3년 실형 - 일간스포츠
- 멋쟁이 희극인 故 박지선, 오늘(2일) 3주기 - 일간스포츠
- [TVis] 방시혁, 추정재산=3조 8540억…“저작권료 1위 곡 몰라” (‘유퀴즈’) - 일간스포츠
- 800만? 1100만? 연이어 등장하는 류현진 몸값 전망...공통점이 있네 - 일간스포츠
- 박진영, ‘체인지드 맨’으로 컴백..레전드 춤꿈 김완선과 뮤비 - 일간스포츠
- ‘백발백중’ 황희찬, 반년 만에 방출설→영입설로 바꾸다 -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