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한국 관광을 왔다면?

남호철 2023. 11. 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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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최초 AI 광고 영상
빈센트 반 고흐 화풍으로 생성형 AI가 그려낸 서울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빈센트 반 고흐가 서울 풍경을 자신의 화풍대로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한국관광공사가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반 고흐가 한국을 방문했다면’ 등 한국관광 홍보영상이 유튜브 채널 ‘이매진 유어 코리아’에 지난 24일 공개됐다. 이번 영상은 세계적인 화가 11명의 화풍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소개하는 콘셉트로 6개월가량 제작됐다.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자화상’ 등을 남긴 네덜란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 반 고흐, 질병과 광기, 죽음의 형상들을 왜곡된 형태와 격렬한 색채에 담아 표현한 ‘절규’ 등으로 대표되는 노르웨이 출신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수련’ 등을 남긴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 색채화가 앙리 마티스,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와 화려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는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 특징이 잘 녹아 있다. 국내에서는 ‘인왕제색도’의 조선 후기 문인화가 겸재 정선과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화풍이 적용됐다.

서울 한강은 반 고흐, 을지로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화풍으로 아름답게 표현됐다.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광안대교는 각각 마티스와 라울 뒤피, 충남 부여 궁남지는 뭉크의 솜씨로 재탄생했다. 앙리 루소의 전남 담양 죽녹원, 모네와 클림트의 경북 경주 불국사와 첨성대, 베르트 모리조의 전북 전주 한옥마을도 포함됐다. 정선이 그린 듯한 삼척 미인폭포, 나혜석이 담은 듯한 단양 패러글라이딩 모습도 이채롭다.

생성형 AI에 각 작가의 스타일을 훈련시키기 위해 1100장이 넘는 화가들의 작품 이미지가 수집됐고 각 작품 당 8만회 이상 학습이 진행됐다. 또 AI가 사물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국 관광지 사진 1600장 이상을 직접 촬영해 AI 데이터 구축작업도 이어졌다. 이를 통해 ‘다리(bridge)를 그리라’고 했을 때 빨간 금문교를 그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인물과 사물을 명확히 구분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단순 이미지 변화가 아닌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영상 제작이 가능했다.

저작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 문제가 없는 작가들 위주로 활용했고 법률 전문가의 자문도 받았다. 추상화 화풍의 작가를 지양하면서 풍경과 인물을 잘 매칭해 작가의 화풍과 지역의 특색이 잘 표현되도록 했다. 여성 작가 및 한국 작가 추가 등 성별·지역별 균형도 보완했다.

유진호 관광공사 관광디지털본부장은 “AI를 활용해 관광 홍보영상을 제작한 건 전 세계 최초”라며 “사전 계획이나 준비 작업 말고는 모두 AI가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반 고흐가 한국을 방문했다면’ 영상은 공개 2시간 만에 85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댓글로 “거장의 솜씨로 한국을 그리다니 참신하고 멋있다” “작가별로 그림체가 달라지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그린 경기도 화성 국궁존.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밖에 글로벌 K콘텐츠에 영감을 얻어 제작한 지역관광 홍보영상 3편도 공개됐다. 경북 울릉도를 배경으로 오징어잡이 게임 한 판이 벌어지는 ‘산 오징어 게임’, 경기도 수원 화성 곳곳에서 긴장감이 넘치는 추격전이 펼쳐지는 ‘퀸덤: 국궁전’, 경남 함안 낙화놀이의 아름다움과 로맨스가 어우러진 ‘도깨비불’ 등이다.

낙화놀이 아름다움과 로맨스가 어우러진 도깨비불. 한국관광공사 제공


‘산 오징어 게임’에는 나리분지, 저동항, 코끼리 바위, 삼선암, 관음도 등 울릉도의 유명한 관광지가 나오고, ‘퀸덤: 국궁전’에는 화성행궁, 화홍문, 창룡문, 연무대 국궁장 등이 박진감 있게 등장한다. ‘도깨비불’에는 낙화놀이가 펼쳐지는 무진정과 말이산고분군, 고려동 유적지, 악양생태공원 등 함안의 명소가 안내된다. 짧은 스토리 기반의 장르물이 몰입도 있는 영상을 통해 한국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안내한다.

은혜를 잊지 않는 감동을 전하는 영상.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 겨울 미국에서 눈 폭풍에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을 보살펴준 미국인 캄파냐 부부의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감사를 잊지 않는 한국’편도 공개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서 폭설로 곤경에 처한 한국인 관광객 9명이 2박 3일간 자기 집에서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 미담의 주인공으로, 미담이 알려진 이후 관광공사 초청으로 올해 초 한국을 여행했다.

영상은 북한산, 창덕궁, 망원시장, 종각 등을 찾은 캄파냐 부부의 한국 여행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고 ‘한국은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포함했다.

김장실 관광공사 사장은 “이번 생성형 AI 신기술을 광고영상에 접목해 한국이 국제적으로 관광 홍보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5편의 영상 모두 창의적인 시도로 한국관광의 매력을 새롭게 소개하는 만큼 많은 해외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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