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는 'F학점'... 한마디로 친일파"
[김병기 기자]
▲ 박호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강화도 집 앞에 서 있다. |
ⓒ 김병기 |
①편 <마트 도둑으로 몰린 지독한 산책 중독자, 그가 퍼올린 책>(https://omn.kr/266vp)에서 이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학교식으로 학점을 매긴다면 당연히 F학점이죠. 정치에는 뜻이 없고 엉뚱한 일만 벌이고 있으니..."
30여 년간 대학 강단에서 정치외교학을 강의했던 박호성 서강대 명예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에 낙제점을 줬다. 앞으로도 윤석열 정권에 별반 기대할 게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평등론' '공동체론'에 이어 최근 '인간론'(종합출판 '범우')이라는 묵직한 정치 사상서를 펴낸 박 교수를 지난 20일 강화도에서 만났다. 박 교수는 서강대 사회과학대 학장 겸 공공정책대학원 원장을 역임하다가 정년퇴직한 뒤 10년째 강화도에서 홀로살이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간헐적으로 정치칼럼을 쓰는 시민기자이자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 강화도 굴암돈대 위를 산책하는 박호성 서강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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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강화도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했고, 학술단체협의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정치연구회 대표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박 교수의 '인간론'은 그간 터득한 학문과 수많은 인연으로부터 배운 지혜 그리고 강화도에서의 끝없는 산책과 사색에서 길어 올린 정치철학 사상서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의 본성을 '고독'과 '욕망'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고 채우기 위해 사회적 인연을 추구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인연을 통한 인간관계는 가족공동체, 종족공동체, 신분공동체, 민족공동체로 발전하고, 그 역사를 '인연사관'의 독특한 관점으로 해석해 정립했다. 박 교수는 '인연 휴머니즘'의 정치학으로 '3공 주의'(공생, 공화, 공영)와 '3생 정치론'(생산의 정치, 생명의 행정, 생활의 자치)을 펼쳤다.
이날 박 교수에게 역대 대통령 중 '3생정치론'에 가장 근접했던 인물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박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하지만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다. 박 교수에게 '3생정치론' 잣대로 윤 대통령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거두절미하고 "F학점"이라고 답한 것이다.
박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이 벌이는 '이념 전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윤 정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고 있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은 철학도, 정치력도 거의 없는 사람인데, 아마도 검사 시절에 이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며 "그런데 검사는 기본적으로 자기는 옳고 성스러우며 상대방을 죄인 취급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념은 현실 정치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이 가득할 때 비로소 솟아나는 것"이라며 "그 두 가지 기능은 현실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밝혀내고 체계화시키는 작업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과 뜻을 달리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이념의 두 가지 기능 중 어느 것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 박호성 서강대 명예교수(우)가 강화도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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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10만인] “윤석열식 ‘자유’는 힘센 자만을 위한 것”...박호성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박호성 서갱대 명예교수 인터뷰 영상 ⓒ 김병기 |
박 교수는 윤석열 정권이 추앙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항상 언급해온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배반한 대통령이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부정부패를 저질렀고, 한국독립당을 만들면서 친일파를 중용했죠, 일방적으로 미국에 맹종하는 정치를 시작해 우리 현대사를 질곡으로 빠뜨린 인물입니다. 임시정부 수반이라는 직함을 잠시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활동한 적이 없으면서 독립자금을 사리사욕으로 탕진한 사람입니다. 민간인도 많이 학살했죠. 자유민주주의 파괴자였습니다. 그런 자를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떠받들겠다는 건 이율배반적이죠."
박 교수는 또 "독립운동 당시 공산주의에 경도된 인사들이 많았던 것은 자결주의를 외치며 사실상 약소민족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윌슨의 자결주의와 레닌이 주창한 약소민족 해방론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홍범도 장군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에게 공산주의는 민족해방이라는 목표로 가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자기 가족들을 다 잃어가면서까지 일제와의 싸움에서 승전보를 알리며 민족의 해방을 위해 희생한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외면하고, 슬쩍 스쳐지나가듯 가입한 소련 공산당 이력만 가지고 떠드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제대로 된 정치적 생산물을 내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이 설익은 이념 문제를 자기 것을 만들겠다는 발버둥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 박호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강화도 집의 서재에 앉아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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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정책, 특히 대일 관계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한마디로 친일파라고 규정합니다. 부친이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 꼬마였을 윤 대통령에게 각인된 이국적인 환상, 동경심 등이 체질화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지금 표출된 거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핵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죠. 대미·대일 편중 외교를 하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없이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입버릇처럼 통일 문제를 떠들었는데, 윤 대통령은 한마디도 안 합니다. 기괴하다 싶을 정도예요."
박 교수에게 '인간론'을 꼭 추천하고 싶은 정치권 인사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며 "DJ와 노무현 정신을 자주 강조하는 분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을 꼽을 것이라는 예상 답변을 빗나갔다'고 말하자, 박 교수는 이같이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정치를 수사적으로 하고 수사를 정치적으로 하는 인물입니다. 아마도 이런 책에는 관심도 없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유독 강조해 왔다. 이 영역의 전공자이기도 한 박 교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내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자유민주주의란 말을 입에 담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 박호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펴낸 '인간론'(종합출판 '범우')의 표지 |
ⓒ 종합출판 범우 |
박 교수는 '인간론'의 여는 글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자본주의에 대해 "독주의 자유만 있었지, 공생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지 않았는가"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남쪽에서는 '자유롭게' 억눌리고, 북쪽에서는 '평등하게' 굶주리는" 상황이다. 그는 "미미한 나까지 나서서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으나 항로는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이 책을 저술하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대해 물었다. 박 교수는 "정치적으로 빈털터리이기에 '자유'만을 거듭 외치고 있는데, '윤석열의 정치철학'이라고 규정할 것이 있는지,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문리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서베를린대학에서 정치학과 역사학을 공부한 뒤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 교수는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과의 정치사상 전공교수로 재직하면서 미국 버클리 대학,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일한 바 있다. 주요 저서로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평등론' '노동운동과 민족운동'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전망' '휴머니즘론' '공동체론' '자연의 인간, 인간의 자연'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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