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5억인데 분담금도 5억? 속도 내던 상계주공5 재건축 ‘초비상’
“집값이 5억원대인데 분담금도 5억원이라뇨. 서민 동네인데 토박이 주민 중 그 정도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겁니다.”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준공 40년여 된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 근심이 커지고 있다. 노원구에서도 사업성 높다고 평가받던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에서 재건축 분담금이 5억원을 넘는다는 전망이 나와서다. 1987년 준공된 상계주공5단지는 용적률이 93%인 5층짜리 저층 아파트 단지다. 전용 31.98㎡(옛 11평)로만 총 840가구가 입주해 있다. 노원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44개 단지 가운데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곳으로 통한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시범 단지인 데다 지난 8월 이미 건축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내년 초 사업시행인가 받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299.73%, 최고 35층, 996가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전용 84㎡ 받으려면 분담금 5억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최근 추가 분담금 추정액이 알려지면서 단지가 떠들썩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이 전용 59㎡를 받기 위해선 3억~4억원을, 전용 84㎡의 경우 5억원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원자잿값과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청구되는 분담금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8부 능선’으로 통하는 사업시행인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더 크게 체감하는 것”이라며 “추가 분담금을 감당 못해 현금 청산하고 떠날 사람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흔히 저층 노후 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낮아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통하는데 용적률이 93%에 불과한 상계주공5단지는 왜 추가 분담금 추정액이 높게 나온 걸까. 이유는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고, 공사비는 급등해서다.
상계주공5단지는 최고 35층 높이에 996가구를 신축하기로 돼 있고, 전용면적별로는 ▲84㎡ 275가구 ▲70㎡ 345가구 ▲59㎡ 218가구 ▲39㎡ 6가구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런데 현재 상계주공5단지는 소형 평형(전용 31.98㎡)으로만 이뤄진 탓에 가구당 대지지분(41.91㎡, 약 12.7평)이 적다. 조합원이 전용 84㎡(옛 34평)를 배정받으려면 어림잡아도 20평 이상에 해당하는 분양가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가 급격히 올랐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23개 정비구역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673만원으로 2021년(578만5000원)에 비해 16.33%(94만5000원) 올랐다. 정비업계는 올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평균 공사비가 700만원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어난 공사비, 금융비 탓에 분양가도 덩달아 뛰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25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월(3185만원) 대비 0.65%, 전년 동월(2811만원) 대비 14%가량 급등했다. 조합원이 일반 물량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는 해도 분담금이 클 수밖에 없다.
통상 사업비는 일반분양 물량을 판매한 수익으로 상당 부분 충당하지만 상계주공5단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극히 적을 전망이다. 996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하지만 공공임대 물량 152가구를 뺀 분양 가구(조합원+일반분양)는 844가구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 토지등소유자 수만 832명이다. 이들 토지등소유자가 모두 조합원 물량을 1채씩 분양받는다고 가정하면 일반분양 물량은 12가구에 불과하다.
조합원은 많은데 사업비를 충당할 일반분양 물량은 거의 없으니 건축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공사비가 오르고 대출 금리가 높아 사업비가 불어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조합원에게 청구되는 분담금은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
저렴하다 vs 비싸다 논란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원구를 포함해 서울 비인기 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상계주공5단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당장 노원구만 해도 상계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가 20곳이 넘는다. 사업이 가장 수월하게 진행 중인 단지부터 분담금 폭탄을 맞으면 향후 다른 단지들도 분담금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상계주공5단지는 저층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11평짜리 원룸으로만 구성돼 한 집당 깔고 있는 대지의 면적이 적기 때문에 분담금이 높게 추정되는 것”이라며 “상계주공5단지뿐 아니라 상계동 일대 중층 단지들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노원구에는 상계주공5단지와 조건이 비슷한 단지가 꽤 많다. 총 3930가구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인 월계동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 월계시영)’도 전용 33~59㎡로 중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됐다. 중계주공2단지는 전 가구(1800가구)가 전용 44㎡다. 최근 노원구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상계보람아파트 한 주민은 “상계주공5단지 조합원이 5억원을 더 내야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심란하다”며 “이제야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재건축 단지가 추진 동력을 잃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상계주공5단지 분담금이 시세와 비교해 높은 편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98㎡의 최근 실거래가는 5억원 선이다. 부동산 호황기던 2021년 8월 한때 8억원까지 치솟은 적도 있지만 올 들어 7월에는 4억7000만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 아파트를 매수해 분담금 약 5억원을 내고, 전용 84㎡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1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상계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포레나노원(1062가구, 2020년 입주)’ 전용 84㎡가 지난 9월 12일 11억2000만원에, 10월 7일에는 11억6000만원에도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상계주공5단지 부담금이 허망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분담금을 6억원이라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총 투자금액이 11억원 선”이라며 “역세권이라는 입지와 신축 아파트가 됐을 때의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가격적인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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