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권력 2인자 몰락 舊권력 득세하나···대혼돈 빠져든 카카오, 향후 쟁점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1.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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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카카오 수뇌부 정조준

SM 인수와 관련,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사법 리스크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로 상당한 공을 들인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리스크 현실화로 신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외부 출신으로 2인자 지위에 올라 ‘카카오 신권력의 상징’이었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전격 구속되고 김범수 창업주(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마저 수사선상에 올라 카카오그룹 지배구조는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카뱅 신사업 막히나

당국, 카카오 기소 의견 송치

첫 번째 이슈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리스크다. 금융당국은 SM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 양벌규정을 적용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양벌규정은 법인 대표자나 종업원 등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할 경우 법인에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경영권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단 우려도 고개를 든다.

법원에서 카카오 범죄 혐의가 확정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계열사는 카카오뱅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자격 요격을 규정한다. 대주주 자격 요건은 인가뿐 아니라 인가 유지에도 적용된다.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 처벌이 확정된다면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에 카카오뱅크 지분 10% 이상 보유분에 대해 처분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경영 전략상 실질적인 악영향에 노출된 상태다. 향후 기소와 재판이 이어지는 최소 수년간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진출길은 사실상 가로막혔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카카오·원아시아 ‘경제적 공동체’

검찰 수사, 어디까지 확대되나

배 대표 구속으로 검찰의 수사 칼끝이 고려아연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은 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를 사실상 한 몸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실질적인 자금줄 역할을 한 곳이 고려아연이다. 공개 매수 기간이던 올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원아시아파트너스 측 펀드인 하바나1호가 특수목적회사(SPC)인 헬리오스제1호 유한회사에 출자해 SM 발행 주식 총수의 약 3%에 달하는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 급등한 주가로 결국 하이브는 공개 매수에 실패했다. 검찰이 SM 인수의 적법성 자체를 문제 삼아 주변으로 파고드는 저인망식 수사를 확대하자 고려아연 측에서도 당혹감이 감돈다.

PE업계에서 카카오와 원아시아 간 밀월 관계는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신생 PE에 불과한 원아시아의 김태영 사장은 배재현 카카오 대표가 CJ그룹 미래전략실 소속이던 때부터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세간에 알려진 밀월 관계에 대해, 김태영 사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혀 입장 표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고려아연 측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쟁점은 주식 대량 보유 보고에 관한 ‘5% 룰’ 위반 여부다. 자본시장법상 본인 혹은 특수관계자의 보유 지분 합계가 해당 주식 총수의 5% 이상이 되면 5영업일 이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 주식을 대량 매집하는 과정에서 서로 공모해 의도적으로 5% 룰을 회피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법원이 “객관적 사실 관계가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며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두 회사를 한 몸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온 검찰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격랑 휘말린 카카오 거버넌스

수뇌부 줄줄이 사법 리스크

‘거함’ 카카오의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카카오 지배구조는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최근 수년간 CJ 출신 배 대표가 2인자로 급부상하면서 한때 카카오 내부에선 김 센터장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신구 권력 간 갈등설도 파다했다. 외부 출신으로 카카오 신권력을 상징하던 배 대표가 사실상 낙마하면서 카카오 지배구조는 당분간 기약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카카오 지배구조는 비슷한 규모 대기업집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행태를 보인다. 카카오 정도 규모를 갖춘 대기업집단의 대부분은 이사회 중심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췄다. 이와 달리,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음에도 주요 경영진이 김범수 센터장의 사적 인맥을 중심으로 꾸려져 ‘협소한 인재풀’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가족 회사 논란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막후에서 주요 계열사 CEO 인선을 쥐락펴락해왔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은 김 센터장과 대학 재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다.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역시 대학 때부터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남궁훈 전 대표는 김 센터장이 과거 삼성SDS 재직 시절 친분을 쌓은 인물이다. 김 센터장이 한양대 앞에서 자본금으로 처음 PC방 사업을 벌일 때도 남 전 대표와 수시로 교류했다는 게 IT업계 전언이다.

지배구조와 별개로, 카카오그룹의 전체적인 조직 배치를 문제 삼는 시선도 존재한다. 양적 성장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분산된 조직 구조를 고수했던 게 패착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조직 권한 분산 형태를 크게 ‘집권화(Centralization)’와 ‘분권화(Decentralization)’로 구분한다. 전자는 수직적, 중앙집권적인 구조다. 대부분 국내 대기업집단이 여기에 속한다. 후자는 수평적, 분권형 구조다.

카카오는 후자 쪽에 극단적으로 치우친 조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결과, 통제력 상실에 따른 전사적인 자원 활용의 비효율, 분권화된 조직의 미흡한 경영 역량에 따른 효율성 상실, 부분 최적화와 부분 이기주의 등 ‘분권화 폐해’가 압축적으로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김 센터장 개인 회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때 카카오 측에선 줄곧 “브라이언(김범수 센터장의 영문 이름)의 개인 회사여서 실태를 모른다”는 입장만 반복했던 사례 등이 이런 폐단이 단적으로 드러난 예다. 그룹 핵심 계열사조차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이 갖는 의미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일반 대기업집단에선 접하기 힘든 풍경이다.

배 대표가 카카오그룹 전체의 전략을 수립하고 조율하는 CA협의체 투자부문 수장에 올라 분권화의 폐단과 김 센터장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한 구권력을 일정 수준 견제하는 효과가 기대됐으나 그의 구속으로 이는 무위로 돌아갔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다시 구권력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시세조종 유죄 땐 SM 인수 무효?

무효는 힘들 듯…손배소 가능성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향후 수사 결과가 SM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이목이 쏠린 쟁점이다. 법조계는 대체로 “인수 자체를 무효로 만들기는 힘들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주가 조작 혐의는 형사의 영역에, 인수의 유무효는 민사의 영역에 속한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즉, 주가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는 형사처벌이다 보니 계약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규정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계약이 무효라면 주식을 다시 전량 매도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손해배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카카오 측 시세조종 혐의가 법원에서 입증된다면 공개 매수에 실패한 하이브나, 인위적으로 등락한 주가에 손실을 본 일반 투자자들이 카카오에 “시세조종으로 초래된 손해를 물어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 한 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는 “시세조종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다면 손해배상도 승소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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