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지역 발전” vs “대기업 특혜”…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또 논란
전북 전주의 최고 금싸라기 땅이면서 20년 가까이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방식이 바뀌며 혼란만 가중시켜왔던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개발이 본격 추진된다. 경기장을 모두 헐고 일대에 마이스(MICE) 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전주시는 이번 계획이 ‘지역 발전을 위한 초석’이라며 기대치를 한껏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와 논란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대기업에 주는 특혜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주시는 덕진동에 있는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시는 최근 개발 방향을 ‘종합경기장 이전사업’에서 ‘종합경기장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으로 변경하고 시의회의 동의를 얻었다. 부지 개발은 방향과 방식이 4년 만에 또 바뀌어 추진된다.
변경안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기부하는 시설이 종전 1종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에서 전시·컨벤션센터로 바뀌고, 수익 시설은 백화점·호텔·쇼핑몰에서 쇼핑몰이 제외됐다. 당초 전체 부지 12만여㎡의 53%를 양여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에서 27%(3만 3000여㎡)를 대물로 변제하는 대물변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와 함께 전시·컨벤션센터 총사업비 3000억원 중 1000억원을 시가 부담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이 일대가 전북 마이스산업의 중심지이자 ‘강한 경제’ 전주를 이끌어갈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김문기 전주시 광역도시기반조성실장은 “종합경기장 개발은 전주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마이스 산업 육성 등을 통해 전주가 강한 경제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핵심사업”이라며 “안전한 경기장 철거와 향후 개발 사업이 원활이 추진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주종합경기장은 1963년 도민의 성금이 보태져 지어졌다. 1981년 증축된 후 40년 넘게 사용됐지만 너무 낡은 탓에 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전북도는 2005년 경기장 부지를 전주시에 무상으로 넘기는 대신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의 대체시설을 전주시가 짓도록 하는 이행 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2012년 송하진 시장은 대체시설을 롯데쇼핑이 지어 전주시에 기부하는 대신 경기장 부지 절반을 양여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김승수 시장이 취임한 뒤 2019년 부지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공원 중심 ‘시민의 숲’ 재생 계획을 발표했다. 김 시장은 새 경기장 건설을 민간이 아닌 시 재정사업으로 바꾸는 한편 부지 3분의 1 정도를 롯데쇼핑에 넘겨 컨벤션센터를 건립한 뒤 기부채납하게 하는 대신 백화점 부지를 최장 99년까지 임대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취임한 우범기 시장은 개발 방향을 또 전격적으로 바꿨다. 경기장을 모두 철거한 뒤 마이스 산업 거점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전주시의 발 빠른 움직임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이제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시민 기대도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논란과 반발도 거세다. 시민단체들은 공론화 과정 없이 시가 롯데쇼핑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는 사업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 대표는 “전주종합경기장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지어진 땅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합당하다”며 “시민 공청회 한번 없이 시장 의지 하나로 단번에 방식을 뒤집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지 27%를 롯데에 넘기는 것은 결국 대기업에게 이익을 주는 것으로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북민중행동도 “도심 노른자위 땅 1만평을 고스란히 롯데쇼핑에 헌납하는 셈으로, 1000억원의 건립자금 또한 오롯이 전주시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며 전주시민의 이익에 반하는 협약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주시민회는 “우범기 전주시장의 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은 전임 김승수 시장의 재정사업을 따라하고 있고, 컨벤션 건립 사업비만 683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어났을 뿐”이라며 “올바른 행정절차는 롯데쇼핑과의 협약해지, 협약대상자 지정취소, 민자사업 철회, 새로운 행정절차 계획 및 실행”이라고 주장했다.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3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결정하지 말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우 시장은 시의회에서 “사업방식과 협약 내용 변경에 대한 내용은 변호사 자문과 행정안전부 협의를 거쳐 법률적 하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전주시는 이달 중 롯데쇼핑과 변경된 협약을 다시 체결할 예정이다. 철거는 내년 상반기 내에 시작해 11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야구장은 이미 지난 5월 모두 철거됐다.
시는 2025년까지 정부 심의와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심사 등을 마무리 짓고 도시관리계획 변경 용역을 토대로 건축 설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합단지 완성 목표는 2028년 12월이다. 첫 삽을 뜨는 시기는 2025년 11월. 그러나 이때까지 넘어야 할 파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 am 충주예요” “I AM 엄청조”… 전청조 밈에 엇갈리는 반응
- [단독] 여가부, 20·30대 호감도 올리는데 4억6500만원 쓴다
- “남현희, 10억 상당 금품 받아”… 카라큘라 의혹 제기
- MBC ‘오늘 아침’ 리포터 김태민, 뇌출혈로 45세 사망
- “너도 때려!”… 천안 초중생 수십명이 또래 집단폭행
- 이재명 “尹대통령, 국민을 원숭이로 여겨” 작심 비판
- 고속도 유턴 역주행 쾅!… 정상 주행 車 동승자만 사망
- 이번엔 여성으로… 30대男 “전청조가 결혼하자며 접근”
- “교도소 인기남” 구속 후기 쓴 칼부림 예고男의 최후
- 하늘서 13억원 ‘돈 비’ 내렸다…4000명 우르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