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전략폭격기 이어 ICBM까지…한·미, 3대 핵전력 모두 둘러봤다
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미 핵전력 운용 과정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수준을 높이기로 한 가운데 이번에는 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함께 했다.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전략폭격기 등 미 ‘3대 핵전력’을 놓고 최근 양국이 벌이는 현장 행보 중 하나로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허태근 국방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NCG 한국 대표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를 방문해 NCG 미측 대표 비핀 나랑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와 미 ICBM ‘미니트맨Ⅲ’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의 미 ICBM 발사 참관은 2016년 이후 7년 만으로, 역대 두번째다.
이번 참관은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의 약속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미 측이 제안해 이뤄졌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당시 한·미 정상은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한다”고 합의했다. 국내 일각에서 자체 핵 무장론이 대두하는 등 미 확장억제 약속에 의구심이 일자 이를 불식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됐다.
실제 올해 한·미는 미국의 핵자산 운용 과정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 장소로 SSBN 기지인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 해군기지가 선택됐고, 7월엔 캔터키함이 SSBN으로선 42년 만에 한국에 입항했다. SSBN의 입항에 맞춰 양국은 NCG 첫 회의를 열고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 전력 지원을 위한 ▶공동 기획 ▶실행 ▶도상훈련과 시뮬레이션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핵투발이 가능한 B-52H 전략폭격기가 사상 처음 한국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이번에 한·미가 함께 둘러본 미니트맨Ⅲ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유일한 ICBM으로 전략폭격기, SSBN과 함께 미국의 ‘핵3축’으로 불린다. 사정거리가 1만3000㎞에 달하고 미 본토에서 평양을 30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미 공군은 보통 1년에 네 차례 정도 미니트맨Ⅲ 발사 훈련을 하는데 1970년대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된 미니트맨을 지속해서 개량하는 ‘지상배치전략억제전력(GBSD)’의 일환이다.
이 같은 일련의 행보는 한반도를 향한 미 확장억제의 의지를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군 당국자는 “미국의 핵 3축 운용 현장 모두를 한·미가 함께하게 됐다”며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빈번하게 해 ‘정례적 가시성(the Regular Visibility)’을 높인다는 기존 입장에서 협력 수준을 더 높여가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대표단은 또 반덴버그 공군기지 내 미사일방어 부대를 방문해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발사 시설도 둘러봤다. GBI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중 가장 높은 고도에서 운용돼 ICBM을 중간단계(대기권 외부)에서 요격할 수 있다.
허 실장은 “확장억제 공약을 이행할 미 측의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그간 한·미가 함께 관여한 SSBN, 전략폭격기, ICBM 등 미 전략자산 운용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에게 미국의 확장억제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증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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