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눈물에 북받친 尹…"은행·카카오택시 독과점 안돼"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은행 독과점 발언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어느 소상공인의 호소에 윤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에서 수산물을 제조하는 한 여성은 “갑자기 눈물이 난다”면서 대출 장벽과 높은 수수료로 영업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기업 대출에 비해서 가계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적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인데 도대체 이런 자세로 영업해서는 안 되며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윤 대통령은 다소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은행업계 운영에 대해서도 “앉아서 돈을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것이 (그들의) 문제”라며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의 독점적 지위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라고 했다.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인을 다 시켜놓고 나서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예정에 없이 나온 것으로 국민의 생생한 절규에 공감한 윤 대통령 역시 감정이 북받친 것 같다”며 “민생 현장 중심의 신속한 행정과 정책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민생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전에는 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부처 공무원, 교수 등을 중심으로 모였지만 이날은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국민 60여명이 참석했다. 카페 창문에는 ‘국민은 늘 옳습니다. 언제나 듣겠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었고, 윤 대통령 테이블에도 ‘국민의 목소리 경청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다.
캐주얼 정장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마포’ 와의 인연부터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재작년 6월 29일 제 정치 선언문 첫 페이지에 마포 자영업자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년여전 정치 선언문에 “언제까지 국가는 왜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냐”는 자영업자의 말을 정치 선언문에 담았었다. 이를 상기하며 마포가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계기가 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재작년 가을, 자신이 살던 원룸을 빼 직원들의 월급과 월세를 챙기던 맥줏집 사장님을 추모하며 민생을 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여기를 다시 와 보니까 저로 하여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일단 국민이 못 살겠다고 절규하면 그것을 바로 듣고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언급했던 ‘건전 재정’ 운용 기조도 거듭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다 보니까 참 쉽지 않다”며 “결국은 돈이 드는데 정부 재정 지출이 팍팍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서민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반대 측에서) 아우성이다”라며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이 죽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요불급한 것을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이 절규하는 분야에다 (예산을) 재배치시켜야 하는데 (정부 지원금을)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고 했다.
이어 “받다가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한다”며 “(반대 측에선)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는 이야기까지 막 나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런 주장에 대한 자신의 답변이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서민이 오늘날과 같은 정치 과잉 시대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며 “어쨌든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대통령인 제 책임 또 우리 정부의 책임이란 확고한 인식을 갖고 오늘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둘러보며 “선거를 앞두고 ‘(재정)사이즈를 늘려야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막 깎아서야 선거 치르겠느냐’ 하는 우려가 많다”며 “(그럼에도) 정치와 국정은 선거보다는 국민을 먼저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통신비와 교통비, 생계급여, 서민·소상공인 대출 문제를 언급하며 “(서민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곳에는 기본적으로 재정이 들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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