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하락장에도 돈 잘 번다 …신용잔고 여전히 연초대비 높아

이광수 2023. 11. 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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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이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신용거래 이자수익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한 영풍제지 사태 후 빚을 내 살 수 없도록 한 종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신용거래 잔고 규모가 연초에 비해 여전히 높은 덕분이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각 증권사가 신용거래 불가 종목을 100~200여개 늘렸는데도 잔고는 크게 꺾이지 않아 하반기 신용거래 이자 수익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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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이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신용거래 이자수익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한 영풍제지 사태 후 빚을 내 살 수 없도록 한 종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신용거래 잔고 규모가 연초에 비해 여전히 높은 덕분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평균 신용잔고는 18조3865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잔고는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뜻한다.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1월(16조994억원)은 물론 2월(17조7612억원)보다도 높았다. 신용잔고는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 국면에서 빚을 내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심리에 힘입어 늘어난다. 반대로 하락 국면에서는 투자 심리가 악화하며 신용잔고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2600선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8월 빚을 내 투자한 이들이 여전히 신용거래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8월 신용잔고는 20조원을 넘어서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월은 증시가 오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시점이어서 신용잔고 규모가 크지 않았다”라며 “최근에는 단기간에 급격하게 지수가 하락하면서 아직 손절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신용잔고 수준이 유지된 덕에 하락장에도 증권사 수익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29곳이 신용거래융자 이익으로 인한 수익은 약 358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이자 수익은 약 7602억원으로 1분기보다 배 넘게 증가했다. 3분기는 2분기보다 신용잔고 규모가 더 늘었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각 증권사가 신용거래 불가 종목을 100~200여개 늘렸는데도 잔고는 크게 꺾이지 않아 하반기 신용거래 이자 수익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인 점은 악재다. 증권사 신용거래 이자는 기업어음(CP)등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각 상황에 따라 가산금리를 붙인다. 구간별로 이자율은 다소 다르지만 통상 연 5~9%대로 분포돼 있다. 전날 CP 91일물 금리는 연 5.09%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4일 구간별로 최소 0.4%포인트, 최대 1%포인트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인상했다. 경쟁 증권사도 향후 시장 금리에 따라 신용거래 이자율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올해 들어 연 10% 이상의 신용거래 이자를 책정한 곳은 없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가 10%가 넘는 이자율을 책정했다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어서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올리지는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가장 높은 이자율을 책정한 증권사는 DB금융투자로 91일 이후부터는 연 9.90%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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