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바다 속 기암 수놓은 오색찬란 단풍
경북 청송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이다. 산의 모습이 마치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고 해서 옛날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다. 이 돌산에 오색찬란한 단풍이 절정이다. 주왕산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단풍이 좋다는 소문에 왔다가 웅장한 바위 절벽과 봉우리들을 보고 놀란다. 7000만 년 전 용암이 흘러내리며 굳은 흔적이 주왕산 곳곳에 절경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주왕산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진나라에서 주왕이 이곳으로 피신해 왔다 하여 붙은 것으로, 산봉우리와 암굴마다 주왕에 얽힌 전설도 함께 전해 내려온다.
암벽이 유별나게 두드러진 주왕산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명소와 역사가 담긴 장소가 많다. 입구에서 보이는 기암(旗巖)이 대표적이다. 산(山) 자와 비슷한 기암은 깃대를 꽂아 놓은 모양을 하고 있어 기바위 또는 기방우라고도 불린다. 원래 하나의 바위였으나 오랜 풍화작용으로 7개 암봉으로 분리됐다고 한다.
주왕산 탐방코스 가운데 등산 초급자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주왕계곡코스다.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내원동 옛 터를 탐방하는 왕복 기준 10.6㎞, 총 4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부담 없는 코스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가을철 단풍을 감상하기에 최적화된 길이다.
중급자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장군봉~금은광이코스, 월외코스, 절골코스다. 장군봉~금은광이코스는 총 11.8㎞로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장군봉과 금은광이, 주왕계곡을 지나는 코스로, 가파른 암벽을 올라 능선을 따라간다.
기암을 보며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른다. 장군봉까지는 2㎞로 급경사의 암벽 길이라 난도가 높다. 장군봉 400m쯤을 앞두고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서면 발아래 기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새벽 단풍을 수놓은 기암 아래로 광활한 안개바다가 일렁인다.
장군봉에서 금은광이 능선 구간은 두어 차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주로 평탄하다. 오솔길 양쪽으로 아름다운 숲이 우거져 있다.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금은광이 방향 직진은 막혀 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월외코스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주왕계곡 방향이다.
주왕계곡으로 내려서면 내원마을 갈림길을 지나 주왕계곡코스를 역방향으로 향한다. 제3폭포인 용연폭포를 만난다. 2단 폭포로 규모가 웅장하다. 다만 폭포에 직접 닿을 수는 없고 전망대 데크 위에서 관망해야 한다.
제2폭포인 절구폭포는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200m 정도 들어가야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사창동과 훈련목 계곡에서 흘러나온 계곡물이 처마처럼 생긴 바위에 떨어져 절구처럼 생긴 바위에 담겼다가 다시 낮은 바위를 타고 쏟아진다. 폭포 아래에서 물에 손을 담글 수 있다.
제1폭포인 용추폭포는 조선시대부터 용이 승천하는 자리라고 해서 그 이름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이 있으며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소도 볼 수 있다. 구룡소를 돌아서 나온 계곡물은 새하얀 물거품을 내뿜으며 힘차게 쏟아 장관을 이룬다. 주변 거대한 협곡이 압권이다.
용추폭포 아래에는 시루봉, 급수대가 웅장하게 서 있다. 급수대는 김주원이 주왕산에 숨어들어 궁궐을 지은 터가 있는 곳이다. 산상에 물이 없어 계곡의 물을 퍼올려 식수로 썼다 하여 이름을 얻었다.
주왕계곡 입구에는 아들바위가 있다. 뒤를 돌아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 위에 돌을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 아래에는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1.3㎞ 길이의 맨발걷기 길이 마련돼 있다. 걷기에 좋고 발 씻는 곳도 갖춰져 있다.
금은광이삼거리에서 월외코스로 내려가면 노루용추계곡이다. 너구마을~달기폭포~노루용추폭포를 지나 월외탐방지원센터에 닿는 월외코스 역방향이다. 편도 13㎞에 4시간 35분 소요된다.
너구마을에서 1.5㎞ 정도 내려가면 달기폭포가 남성적인 위용을 과시한다. 11m 높이의 폭포수를 만든 후 검푸른 소를 이룬다. 명주꾸리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깊다는 이 소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서 용소라 불린다.
이어 달기약수터에는 상탕, 중탕, 신탕, 하탕이 차례로 나온다. 10여개의 약수터가 있는 달기약수탕은 탄산성분이 많아 톡 쏘는 맛이 있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
최근 청송에서 인기를 끄는 곳은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 변에 위치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이다. 축구장 19개 면적에 달하는 13만6000㎡ 규모 꽃밭에 온갖 색을 띤 1억 송이의 백일홍이 가득하다. 그네의자, 사과 모양의 벤치, 천국의 계단 등 강렬한 원색의 조형물들이 꽃들 사이에서 포토존을 만든다. 그 속을 빨간 우산, 노란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걷는다.
달기약수탕 백숙… 원기 회복·건강 증진
단단한 식감 청송사과… 5일까지 축제 중
가을 단풍 명소로 유명한 주왕산은 단풍 절정 시기인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주차장에 차를 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주왕산은 코스별로 난이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꼭 공부를 해야 한다. 가파른 곳은 안전의 문제가 있고 입구와 출구가 다른 코스도 있기 때문에 유념해야 한다.
주왕산 입구에는 식당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주왕산에서 난 산채로 만든 비빔밥, 더덕구이, 파전 등이 인기 메뉴다.
달기약수탕에서 맛볼 수 있는 달기 백숙이 유명해 산행 전·후에 약수도 마시고 닭백숙으로 원기를 회복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지난 1일부터 오는 5일까지 청송사과축제가 열리고 있다. 단단하고 식감이 우수한 청송사과는 달기약수탕 부근 식당들의 닭백숙과 함께 여행의 묘미를 한껏 더해준다.
청송의 자랑인 꽃돌은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꽃돌이 전시돼 있다. 주왕산관광단지 안에 있다.
청송=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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