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심차게 몽골 수출 나선 한국 버스, 환경 문제로 논란

임송수 2023. 11. 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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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자동차, 몽골에 버스 수출
오염물질 저감 기능 떨어지는 ‘유로2 엔진’ 사용하면서 외관에 ‘유로5 엔진’ 표시
몽골 내 한국 기업 이미지 타격
몽골 울란바토르시에 수출된 자일대우버스의 BS106모델. 자일자동차 제공


한국의 버스 제조업체인 자일자동차(옛 자일대우버스)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에 지난 9월 수출한 시내버스에 1990년대 후반의 환경규제 기준을 적용한 엔진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버스에는 일찌감치 국내에서 퇴출당한 엔진이 들어갔지만 비교적 최근의 환경 규제를 충족시킨 고성능 엔진을 사용한 것처럼 꾸며졌다. 한국산 버스 수출은 심각한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몽골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몽골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자일자동차 모기업인 영안모자그룹이 무리하게 국내 법인을 폐업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성능 엔진으로 둔갑한 저성능 엔진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일자동차가 지난 9월 말 몽골 울란바토르시에 납품한 버스 BS106 모델 100대에는 1996년 시행된 환경규제에 맞춰 제작된 ‘유로2’ 엔진이 사용됐다. 유로2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규제인 유럽 배출가스 기준의 두 번째 단계다. 유럽은 1992년 유로1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환경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유로2 엔진은 국내에서 2004년부터 퇴출됐다. 현재 2006년 이전에 생산된 유로3 이하 단계의 경유차는 배출가스 5등급으로 분류돼 운행 제한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다만 몽골에는 유로 엔진에 대한 별도의 규제 법규가 없다. 유로2 엔진 사용이 법 위반은 아니다.

문제는 버스 외부에 ‘유로5’가 적힌 스티커가 부착됐다는 점이다. 유로5는 2009년 이후 적용된 규제로 유로2에 비해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배출량 기준이 각각 3분의 1, 12분의 1 수준으로 강화됐다. 유로5 엔진은 요소수를 분사하는 장치를 통해 배기가스의 오염물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선 현재 유로6가 적용되고 있지만 유로5 이상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에 대해선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된다. 자일자동차는 저성능 기계식 엔진을 선진국 환경 규제 기준을 충족시킨 엔진인 것처럼 꾸며 판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영안모자 측은 “유로2는 동남아 등에서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모델이고 주문받은 대로 제조해 납품했다”면서 “유로5 스티커가 붙어있는 이유는 제조사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고 관여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 이미지에 타격

이번 버스 수출은 울란바토르시의 대기환경 개선 차원에서 이뤄졌다. 대기 오염을 줄이려는 사업인데 오염물질 정화 기능이 떨어지는 엔진 부품이 사용된 것이다. 울란바토르시는 과거 러시아가 인구 80만명 수준으로 계획해 설계한 도시다. 현재 울란바토르시 인구는 약 160만명이다. 사회 기반 시설이 인구 팽창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교통 체증과 매연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몽골 정부는 ‘도로교통개선부’를 신설해 대기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자일자동차와 울란바토르시 간 체결된 시내버스 600대 공급 계약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들 버스에서 하자가 발견되며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울란바토르시는 지난 9월 말 계약 물량 중 먼저 도착한 버스 100대를 전시하는 공개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일부 버스에서 검은 매연이 뿜어져 나왔다.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녹슬고, 철판을 덧대 땜질한 것도 발견됐다. 이에 납품 비리 의혹까지 불거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몽골 울란바토르시장과 도로교통개선부 장관은 사임했다. 한국인 브로커 2명 등 일부 관계자들은 현지 수사 당국에 구속됐다. 몽골 제1 야당은 주몽골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몽골 현지에선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다. 울란바토르시에 사는 30대 남성 산사르는 “겨울철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여온 버스에 매연이 걸러지지 않는 구형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을 몽골 국민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간 선진국으로 인식되던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베트남 공장에 투자하면서 논란

일각에선 영안모자그룹이 국내 공장을 주축으로 했던 자일대우버스를 무리하게 폐업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서 생산하던 모델을 베트남 법인을 통해 생산했는데 국내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일대우버스는 2020년 5월 코로나19 확산 여파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 등 해외공장 투자에 집중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해 10월에는 노동자 360여명을 해고하고 폐업 수순을 밟았다. 논란이 커지자 2021년 6월 해고자 복직과 함께 공장이 재가동됐다. 하지만 약 1년 만인 지난해 7월 노동자 270여명을 해고하고 다시 폐업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상태다. 영안모자 측은 “부당해고와 관련해서는 아직 1심 판결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일자동차는 또 올해 초 국내 생산 차종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금형을 업체들로부터 회수해 울산공장에 쌓아 뒀다가 일부를 베트남 등 해외 공장으로 보내기 위해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에 수출된 BS106 모델 금형도 여기에 포함됐다. 자동차 제조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저가 부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안모자 측은 베트남 공장과 품질 문제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안모자 관계자는 “몽골에 수출된 모델은 베트남에서도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245대를 생산한 적 있다”며 “몽골 출장팀이 확인한 결과 차량 품질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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