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부수고 여성 습격한 그놈, 곰이었다…잇단 출몰에 日비상
# 지난달 31일 일본 도야마(富山)현 도야마시의 한 주택가에서 70대와 30대 여성 2명이 곰에 습격 당해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친척 사이인 두 사람은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곰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서둘러 집 안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곰은 현관 유리문을 깨고 집 안으로 들어와 두 사람을 공격한 후 달아났다.
# 지난달 30일 밤에는 홋카이도(北海道) 후라노(富良野)시에서 JR 네무로선 열차가 곰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몸 길이가 180㎝ 정도인 곰 한 마리가 갑자기 선로로 뛰어들면서 열차가 급정차하며 엔진이 고장 났다. 승객과 승무원들은 무사했지만 다른 곰들이 주변에 출몰할 우려가 있어 열차 안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일본에서 곰이 민가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이어져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 아사히 자체 집계 결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곰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은 전국에서 177명으로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금까지는 2020년에 158명이 가장 많은 수치였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아키타(秋田)현으로 61명에 달했다. 그 외 이와테(岩手) 41명, 후쿠시마(福島) 13명, 아오모리(青森) 11명 등 동북 산간 지역의 피해가 컸지만 도쿄(東京) 등 도심에서도 곰 출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곰 출몰 신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4210건 늘어난 1만4943건이었다.
곰의 습격으로 사망한 사람도 올해에만 4명이 나왔다. 1일 새벽에도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会津若松) 시내 주차장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는 80대 여성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얼굴 등에 상처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곰에게 습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곰으로 인한 사고임이 확인될 경우 사망자 수는 5명으로 늘어난다.
지난달 27일에는 나가노(長野)현 마쓰모토(松本)시 가미코치(上高地) 산책로에서 한국인 관광객 1명이 곰의 습격을 받아 머리와 팔을 다치는 일도 있었다.
너도밤나무 '흉작'…먹이 찾아 마을로
곰이 사람들의 주거지에 출몰하는 이유는 산 중에 먹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곰의 주요 먹거리인 너도밤나무 열매가 대폭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올해는 일본 동북 지역 전역에서 '너도밤나무 대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인구 감소로 민가 주변에 버려진 논밭이 늘어나면서 곰들이 먹이를 찾아 접근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도쿄농업대의 야마자키 고지(山崎晃司) 교수(동물생태학)는 아사히신문에 "곰이 마을에 있는 감 등의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 동면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집 안팎의 음식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일본 환경성은 이달부터 요청이 있는 지자체에 곰 전문가를 긴급 파견해 대응을 돕기로 했다. 환경성은 주민들에게 길에서 곰과 마주쳤을 경우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 있으면 조용히 몸을 피하고, 가까이 있을 경우 곰과 눈을 맞추며 천천히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라고 권고했다. 또 곰이 공격해 올 경우에는 두 팔로 얼굴과 머리를 감싸 안고 몸을 둥글게 말아 땅에 엎드리라고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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