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취해 교통사고 롤스로이스남 풀어준 경찰, 곧 징계 절차

마약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들이받은 신모(28)씨를 17시간 만에 풀어준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가 징계를 받게 될 전망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18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달 중순 A씨 사건을 징계위원회에 올릴 계획이다. 경찰은 신씨 사건 수사 중 구속영장 신청 과정, 압수수색 과정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찰을 했다.

경찰은 지난 8월2일 오후 8시10분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신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그는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던 중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은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복부와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등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직후 실시한 마약간이검사에서신씨는 케타민 양성 반응을 보였다.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은 진통과 환각 작용이 있어 이른바 '클럽용 마약'으로 불린다.

그러나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측에서 '신원을 보증하겠다'고 하자 신씨를 구금 17시간 만에 석방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한 피의자를 유치장에 최대 48시간까지 구금할 수 있다. 그 이상 구금하려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경찰이 구속영장 발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신씨는 사고 당일 자정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디아제팜'과 '미다졸람' 2종을 투약받고 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과수 감식 결과 신씨에게서는 케타민을 포함한 총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법원은 지난 8월11일신씨에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씨가 강남경찰서에서 석방된 지 8일 만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12일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신씨 관련 수사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윤 청장은 "신원보증제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제도"라며 "당시 (신씨를) 풀어준 건 신원보증과 관련이 없고 초동조치가 미흡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