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늘어나는 직장 내 괴롭힘…고용장관 "판단기준 명확히 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터에서의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일 서울의 한 북카페에서 청년 근로자, 근로감독관, 전문가 등 20여명과 ‘공정일터를 위한 청년간담회’를 열고 청년들이 직장에 겪는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2019년 7월 도입됐지만, 현장에선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19년 2130건에서 지난해 7814건으로 많이 늘어났지만, 실제 기소나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추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 근로자 A씨는 “사용자가 괴롭힘 가해자다 보니 사업장 자체적인 조사와 조치에 어려움이 있었고, 피해가 상당 기간 지속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의 근본 원인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직장문화인 만큼, 계속적인 소통과 교육을 통해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청년근로자 B씨는 “노동청에서 가해자에게 시정지시를 했지만, 계속해서 불이행할 경우에는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과태료 부과 이후 피해자 구제 및 보호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기도 했다. 청년근로자 C씨는 “이전 회사에는 육아휴직을 쓰면 사직서를 같이 받는 경우도 있었다”며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인력을 더 채용하기보다 주변 동료들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에 동료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괴롭힘 근절을 위해 사전예방을 중심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서유정 박사는 “사후구제보다 사전예방 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며 “괴롭힘에 대한 객관적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노동위원회 등을 통한 조정·중재·화해 제도 및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이행강제금 제도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부당한 일을 겪으면 ‘내가 잘못한 것 아닌가, 나만 회사를 나가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이러한 부당한 행위들이 갖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상당하다”며 “개인을 넘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청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식 장관은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직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이 청년들이 힘들게 쌓아 올린 시간과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만든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상 판단 기준 보완,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판단 절차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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