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주춤한데…토요타는 美 배터리공장에 11조 투자, 왜
글로벌 1위 자동차 업체 일본 토요타가 미국 배터리 공장에 80억 달러(약 11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 대다수 업체가 추가적인 생산·투자 계획을 연기하는 가운데 나온 발표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터리 공장에 이런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된 이후 외국 자동차 업체로는 최대 규모 투자다. 기존 투자 금액까지 더하면 2030년까지 약 139억 달러(약 19조원)가 투입된다. FT는 “미국 기업인 포드의 전기차·배터리 투자금(114억 달러)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토요타는 추가 투자를 통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생산라인 8개를 신설, 총 10개 라인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고용 효과만 3000명으로, 향후 총고용 인원은 5000명가량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목표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 가동을 시작해 2030년께는 연간 3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약 45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날 발표는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이 수요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미국 소비자들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에서 다시 내연기관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테슬라·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미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생산 확대 계획을 잠시 보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토요타의 공격적 투자는 최근 연이은 호실적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회사의 2023회계연도 상반기(4~9월) 글로벌 신차 생산·판매량은 각각 500만 대를 넘었다.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었고, 판매량은 9.1% 증가했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1위 업체라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경제 전망은 어둡지만 글로벌 1위 업체인 토요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며 “엔화 약세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욱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또 “6주간 이어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으로 라이벌 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들이 몸을 움츠리는 시기를 점유율을 키울 기회로 이용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스기우라 세이지 토카이 도쿄리서치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각종 제조비용과 인건비가 상승할 수 있어 판매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잘나가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글로벌 경쟁력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늦깎이’ 토요타는 2025년까지 전 차종에서 전동화 모델 출시하고 2030년부터는 전기차를 연간 350만 대 판매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선두 업체들을 뒤쫓는 중이다. FT는 “토요타는 현재 배터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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