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정상회의, 2차대전 암호해독본부서 개최…英 수낵의 야심은
영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가 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런던 북부의 밀턴킨즈 블레츨리 파크에서 개최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AI 단일 주제만으로 열리는 첫 정상급 행사다.
영국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AI는 경제 성장과 과학적 진보를 촉진하지만, 책임감 있게 개발되지 않으면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AI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의의 목표는 AI의 위험성을 공유하되, ‘AI의 선한 활용’에도 방점을 뒀다. AI에 대한 국제·국가·기업 차원의 규범과 표준을 논의하는 동시에 AI의 바람직한 활용 사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28개국 1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구글의 딥마인드, 앤트로픽 등 AI 기업·빅테크 관계자들도 참석한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네이버도 초청을 받았다.
앞서 주요 7개국(G7)은 30일 이번 정상회의 직전 ‘AI 행동 강령’을 공개했다. “AI의 설계·개발·배포 등 전 주기에 거친 위험 관리 의무”가 강조됐는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같은 날 발표한 미 정부의 AI 행정 명령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AI 기술이 화학·생물학·방사선·핵·사이버 보안과 연관된 무기에 결합될 위험성과 건강·치안 등 중요 인프라를 위협할 가능성을 고려하라”는 지침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AI 프로그램을 시장에 배포하기 전 보안 취약점 등을 찾는 ‘레드팀(공격조)’ 운영을 의무화하고, AI 제작물에 워터마크를 도입하는 등 식별 의무도 담겼다.
“2차 대전 때처럼” 수낵의 AI 구상
수낵 총리가 이번 정상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런던 교외의 블레츨리 파크를 낙점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블레츨리 파크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영국군이 독일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운영했던 비밀 본부가 있었던 곳이다.
당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케임브리지대 교수 주도로 영국의 수학·언어학 수재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에니그마 체계를 풀었고, 독일군의 전술을 가로채 연합군이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일화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영화 촬영도 실제 블레츨리 파크 저택에서 이뤄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수학자 튜링은 AI의 성장을 예견한 인물”이라면서 “그런 그가 활약했던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선 AI에 관한 규제와 위험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G7 정상 대거 불참, 정상 없는 정상회의?
올 초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각국은 서둘러 AI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결은 약간씩 다르다. EU는 생체 정보 수집 등을 금지하고, 규제를 어길시 AI 기업에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리는 ‘포괄적 AI 법’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은 EU처럼 처벌 규정을 두진 않았지만, 행정명령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AI의 부작용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반면 영국은 EU가 AI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경찰의 안면 인식 기술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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