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중증 소아환자 단기돌봄시설 '도토리하우스' 문 열었다

이명환 2023. 11.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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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개소
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단기돌봄 의료시설
별칭 '도토리하우스'…최대 16명 수용 가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4시간 대기

"아직 큰 애가 놀이동산에 못 가봐서 데려가고 싶어요. 캠핑도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보람있게 쓰고 싶어요."

두 아들의 엄마인 윤영주(가명)씨는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올해 열 살인 첫째 준수(가명)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한 번 못 가봤기 때문이다. 둘째인 민수(가명)가 저산소성 뇌병변을 앓고 있는데, 24시간 간병이 필요해 잠깐의 나들이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민수 곁에서 간병하기도 벅차 에너지음료를 마시며 버티는 것도 일상이었다. 그랬던 윤씨 가족에게도 추억을 쌓을 여유가 생기게 됐다. 서울대병원이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의 문을 열면서다. 개소 직후 민수가 센터에 단기입원하게 되면서 가족은 잠시나마 여유를 갖게 됐다.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입구 전경.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단기입원 및 돌봄 치료가 가능한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별칭 도토리하우스) 개소식을 열었다고 1일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재형 국회의원,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 이재교 NXC 대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도토리하우스는 국내 최초의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 단기돌봄시설이다. 인공호흡처럼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중중 소아·청소년 환자는 24시간 간호와 간병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는 이들을 위한 어린이 전문 단기 돌봄 의료시설이 전무했다. 이 탓에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가족은 퇴원 후 가정에서도 24시간 의료 돌봄을 해야 했다. 이들 가족에게는 단 하루라도 아이를 맡기고 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었다. 이처럼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는 국내에만 40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대병원 인근에 지어진 도토리하우스는 997㎡(약 302평) 규모로, 지하 1층과 지상 4층 건물로 지어졌다. 센터 개소에는 총 125억원의 기부금이 활용됐다. 센터 계획 초기부터 서울대병원과 협력을 이어왔던 넥슨재단은 100억원을 기부했고, 보건복지부에서도 25억원의 국고 예산을 교부했다. 기부금은 센터 건축비용과 의료장비 구입비 등으로 사용됐고, 운영비와 인건비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의 병동 모습. [사진=이명환 기자]

지난달 30일 직접 방문해 둘러본 도토리하우스 곳곳은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2인실과 4인실로 구성된 병실은 넉넉한 공간이 확보됐고, 환아들을 위한 의료장비 역시 모두 갖춰져 있었다. 병실은 화사한 톤으로 꾸며져 있었고, 각 병상에는 넥슨의 대표작 '메이플스토리'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들이 놓였다.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중증 환아를 위해 자연 풍경을 병실 천장에 비춰주는 빔프로젝터 역시 설치될 예정이다. 도토리하우스 관계자는 "아이들을 위해 최대한 병실처럼 보이지 않게 꾸미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 지낼 아이들을 위한 각종 놀이치료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사회복지사가 환아들을 대상으로 음악이나 미술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인데, 이를 위한 공간도 센터 2층에 별도로 마련됐다. 환아 가족과 의료진이 상담할 수 있는 상담실도 있다. 몸을 가누기 불편한 중증 환아를 위한 전용 목욕시설 역시 갖췄다.

환아의 상태가 나빠져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도토리수호대 당직실'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 운영을 위해 진료교수 5명도 채용했다. 간호사 등 의료인력들도 소아·청소년 환자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으로 배치됐다. 이들은 3교대로 근무하며 보호자 없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아의 상태가 악화하면 의료진이 즉각 진단과 치료에 나서고, 상황에 따라 서울대어린이병원 중환자실로의 즉시 이송도 가능하다. 이 경우, 센터가 서울대병원 부지 외부에 있기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센터 측은 병원 건물과 이어지는 연결통로를 내년 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의료진이 입원한 환아를 간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센터에 입원하려면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자발적 이동 어려움 ▲의료적 요구(인공호흡기, 산소흡입, 기도흡인, 경장영양, 자가도뇨, 가정정맥영양) 필요 ▲급성기 질환 없는 안정 상태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들 중 사전외래를 통해 입원 지시를 받은 환자에 한해 서울대어린이병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센터 이용이 가능하다. 입원은 1회 7박8일 이내, 연간 총 20박21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센터 입원에 드는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에 대해 수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센터는 총 16병상 규모로 마련됐다. 이 중 2인실이 4곳, 4인실이 2곳이다. 병상가동률 80%를 기준으로 환아들이 20박을 모두 채운다고 가정하면 연간 234명이 이용 가능하다. 다만 현재 운영 초기 단계로, 센터 측은 당분간 최대 13병상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같은 단기돌봄시설 모델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갔으면 한다는 게 도토리하우스 구성원들의 바람이다. 센터 관계자는 "중증 소아·청소년을 위한 단기돌봄시설 모델을 성공시켜야 한다"며 "센터에 대한 호응이 좋고 보호자들의 삶의 질이 올라간다면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는 관계 당국의 수요가 생겨 한 단계 높은 복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몇몇 병원에서 도토리하우스와 비슷한 돌봄병상 운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센터 개소가 전국의 중증 질환 환아들과 지속되는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미래인 어린이를 향한 진심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후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개소를 통해 의료 돌봄 시설 부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운영을 통해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인적 치료와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공공의료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30일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개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가운데)과 김민선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왼쪽), 최은화 소아진료부원장(오른쪽) 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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