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빠진 공화당 예산안, 거부권 행사할 것"

공화당 30일 별도 세출 법안 제출
예산안에 이스라엘 지원 내역 포함
우크라 군사 지원 항목은 배제
민주·공화 간 대립 격화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하원 공화당의 예산안이 상·하원을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주요 외신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공화당 예산안에 대해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우리 국가 안보에도 좋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30일 이스라엘에만 무기 등을 지원하는 143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제출했다. 법안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106억달러, 해외 군사 판매 보조금 등 35억달러,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 보안 강화에 대한 예산 2억달러를 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예산안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 국세청 지원 예산은 삭감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안도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예산 143억달러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614억달러,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예산 20억 달러 등을 합쳐 총 1050억 달러에 대한 대규모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대해 반발해왔다. 지난 25일 취임한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은 취임 직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결의안만 처리했다. 공화당의 로저 마셜 상원의원도 별도의 세출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저나 제 동료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수백억 달러를 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처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예산안 처리를 두고 양당 공방의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 사태를 계기로 초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도파가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당분간 표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