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형외과와 싸우는 법' 유튜버 손영서 변호사 '수술실 녹음' 올렸다 실형
"성형외과를 상대로 싸우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현직 변호사가 의뢰인이 불법적으로 녹음한 수술실 녹음파일을 유튜브에 게시해 공개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해당 변호사는 공익 목적을 위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배심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유죄 평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자신이 수임한 사건들과 관련해 의뢰인이 합의금을 지급받도록 병원 측을 압박하거나, 변호사인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0형사부(부장판사 강두례)는 지난달 26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손영서 변호사(39·변호사시험 4회)에게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손 변호사의 의뢰인 김모씨(41)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손 변호사는 김씨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으면서 집도의와 간호사 등이 수술 도중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을 전달받은 뒤 일부 내용을 발췌해 지난해 4월 1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손 변호사는 전달받은 녹음파일을 3개로 나눈 뒤 김씨가 수술받은 성형외과 홈페이지 일부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음성녹음 증거 포함] 충격적인 #성형외과 #대리수술 #유령수술 수술실 현장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제작해 게시했다.
이외에도 손 변호사는 같은 날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로 마치 대리수술 피해자 김씨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네이버카페 '뷰티여우야', '가슴아픈사람들', '파우더룸', 성형어플 '바비록' 등에 위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는 인터넷호스트 주소(URL)가 포함된 글을 '[수술실에 녹음기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강남 성형외과 대리수술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게시글에는 성형외과 이름을 암시하는 초성 등을 함께 적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7명의 배심원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에 대해서는 2명의 배심원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3년', 4명의 배심원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2년' 등 6명이 실형 의견을 냈다. 나머지 1명의 배심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3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뢰인으로부터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입수한 후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위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 및 내용, 사생활 및 통신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 등에 비춰 그 죄질과 범정이 불량하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률전문가임에도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감행해 피해자들을 압박하고 이를 자신의 영업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며, 범행 이후에도 위 대화 내용이 공개된 유튜브 영상 URL이 기재된 피켓과 함께 피해자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는바, 위와 같이 1인 시위까지 했어야 할 만한 상당한 정황을 찾아 볼 수 없는 등 범행 이후의 정황까지 고려하면 비난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재산적·정신적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라며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수차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다시 돌아가도 같은 행위를 하겠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춰 보면 재범의 위험성도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21년 6월 코 재수술을 받으면서 수술 상황을 몰래 녹음했다. 수술 후 녹음 내용을 확인하다가 원래 수술을 하기로 했던 집도의 외에 다른 봉직의가 수술에 참여한 사실을 알게 돼 대리수술을 의심하며 고소했지만 불송치 결정이 되자 손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재판에서 김씨는 해당 대화 내용이 성형부작용이나 대리수술 등을 대비한 자구책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 변호사 역시 녹음파일을 듣고 대리수술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녹음파일을 재생해본 결과 이 사건 녹음파일에 녹음된 내용만으로는 피해자들이 대리수술을 했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공개행위는 자신이 수임한 사건들과 관련해 상대방인 피해자들이 피고인 김씨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도록 압박하거나 변호사인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피고인이 게시한 동영상을 보고 이 사건 병원으로부터 수술부작용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 상당수가 상담 또는 사건위임을 위해 피고인을 찾은 것으로 보이고, 최근 피고인이 사건을 수임해 이 사건 병원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했다.
이번 사건에서 고소인 측을 대리한 박진식 법무법인 비트윈 변호사는 "손 변호사는 성형외과의 사내 변호사로 짧게 근무한 경력을 내세워 유튜브를 통해 성형외과 수술 피해자를 변호한다고 광고·선전을 하고 있는데 그 수법이 지나치게 저열하고 조잡하다"라며 "진단서를 발급받으러 갈 때 반드시 경찰을 부르라고 조언하고, 댓글, 게시글로 괴롭혀서 병원의 영업에 지장을 주라고 한다. 그래도 합의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시위까지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영상을 올리고 시위를 한 것은 합의금을 주도록 압박하거나,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자신의 형사사건 고소를 취하하게 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2021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우수 변호사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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