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필로그] '기성용♥' 한혜진 "딸, 엄마 멋있다고"…힐링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엑:스피디아)

김현정 기자 2023. 11. 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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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시종 착한 이 연극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면, 아마 당신은 자극적인 전개와 빌런들이 판을 치는 드라마, 영화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 터다.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에는 악인도, 억지 스토리도 없다. 말 그대로 무공해 같은 작품이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되새기게 하고 사랑과 용서의 힘을 깨닫게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만화가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며 2015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연극은 네 자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가마쿠라에 사는 코다가의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열세 살 이복 여동생 스즈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야마가타에 사는 스즈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즈는 세 자매의 아버지가 외도로 낳은 딸로, 세 자매에게는 배다른 동생이자 집안을 망치게 한 존재다.

하지만 맏언니 사치는 스즈에게 망설임 없이 “너 하나는 우리가 책임질 수 있다”라며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네 자매가 된 이들은 사계절을 거치며, 또 매화나무와 잔멸치 덮밥으로 애틋하게 이어지며 서로에게 진정한 가족이 돼간다. 

무대에는 시공간의 한계가 있는데 음악, 효과음, 조명 등을 통해 영화의 내용을 무리 없이 담아냈다.
일본 작품 특유의 분위기가 나며 큰 자극을 주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막장의 요소를 다 갖췄음에도 따뜻하고 애잔하고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이 독특하다. 세 번 결혼한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아버지, 세 딸을 두고 집 나간 어머니, 유부남을 만나는 사치, 남자들에게 퍼주고 차이는 요시노, 부모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치카, 유부남을 좋아한 엄마를 둔 넷째까지 사실 평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전혀 격하지 않고 오히려 뭉클하다.  

스즈의 독백이 자주 나온다. 부모가 외도해 낳은 딸이라는 죄책감, 이로 인해 언니들에게 느끼는 미묘한 벽을 비춘다. 뜻하지 않은 성장통을 겪지만 세 언니의 애정 덕에 스즈는 이들의 진짜 동생이 된다.

배우 한혜진이 자매 중 첫째 사치 역을 맡아 첫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복동생인 스즈에게 함께 살 것을 권유하며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인물이다.

첫 도전은 두려옴과 부담을 수반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물며 21년 만에 새로운 장르에 발을 디딘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을 터다.
주로 안방에서 모습을 보였던 한혜진은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무대에서 신선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즈가 묘사한대로 차분하고 책임감이 강한 간호사 큰언니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불륜으로 가정을 버린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자신도 똑같이 소아병동 의사와 내연 관계를 이어가는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한혜진은 최근 딸 시온이 관람을 하러 왔다면서 "잘 볼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연극이 정말 재밌어서 또 한 번 보러 오고 싶고 눈물이 흘렀는데 꾹 참았다고. 엄마 연기하는 모습이 좋고 멋있었다고 해줘서 감동"이라며 딸의 연극 관람 소감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극의 큰 축을 담당하는 스즈 역은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의 어린 시절을 맡은 아역 배우 유나가 맡았다. 철이 일찍 든 스즈를 담담하면서도 서글퍼지고 따뜻하게 그려내 여운을 남긴다.

활달한 둘째 은행원 요시노 역을 맡은 서예화와 남자친구를 도와 스포츠 매장에서 일하는 엉뚱한 셋째 치카 역의 류이재도 생동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남녀 멀티 역의 이정미, 이강욱 역시 다양한 역할을 오가며 뜻밖의 재미를 준다.

사진= 라이브러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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