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자면 어쩌지"…민주당도 두려워했던 尹 돌아오나
“민주당의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들과 멋지게 협치해서 국민통합을 이루겠습니다.”
대선을 하루 앞뒀던 지난해 3월 8일, 대전 노은역 유세에 나섰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말이다. 한 달 전 인천 부평구 유세에서도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멋진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혹은 ‘양식 있는’이라는 전제가 있긴 했지만, 윤 대통령은 유세 기간 내내 이런 말을 반복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선 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이 진짜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하면 거절도 못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걱정할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식사로 대화를 풀어가는 윤 대통령 특유의 ‘식사 정치’가 “야당 내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지난 31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을 두고 “대선 후보 윤석열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윤 대통령은 국회 17개 상임위원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술 한잔하면서 대화하니 여야가 없더라”라는 김태호 외교통일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저녁을 모시겠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 상임위원장들의 쓴소리에도 “위원장님들의 소중한 말씀을 참모들이 다 메모했다”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경청의 마음으로 국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국회와의 대화가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생각이 달라도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기반만 같다면 어떤 야당 의원과도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국회 의장단과, 각 정당의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과의 소통도 지속해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단 둘이 만나는 영수회담에 대해선 “권위주의의 잔재”라며 여전히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의 대표는 의장단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들”이라며 “야당 대표는 당의 대표이지 국회의 대표는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국회 시정연설 당시 야당 의원들이 보여준 도발적 언사와 행동에 대해 불쾌해하는 분위기도 상당했다. 강경파 처럼회 소속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악수를 청했던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상 대선 불복 발언”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채 ‘노룩 악수’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여권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매번 윤 대통령이 강자처럼 보이는 게 고민이었다”며 “어제는 애쓰고 안쓰러운 모습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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