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경제, 같은 폭탄 다른 후폭풍

권해영 2023. 11. 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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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쟁·中경제 부진에 직격탄
EU 3분기 GDP 0.1% 감소
美는 고용·소비 훈풍에 4.9% 깜짝 성장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 후폭풍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고강도 금리인상에도 미국 경제는 깜짝 성장을 나타낸 반면, 유럽은 사실상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갈림길에 들어선 두 지역의 경제가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그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 20개 회원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2분기에는 GDP가 0.2% 반짝 증가했지만 1개 분기 만에 감소했다. 유럽 경제 최대 엔진인 독일의 경우 GDP가 같은 기간 0.1% 줄었다.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상승했다. 9월(4.3%)에서 크게 둔화한 것은 물론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과 달리, 미국 경제는 40여년만의 고강도 긴축에도 탄탄한 고용과 소비지출에 힘입어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3분기 GDP는 직전 분기 대비 4.9% 성장했다. 2분기(2.1%)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시장 전망치(블룸버그 4.3%, 다우존스 4.7%)도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의 이 같은 성장률 차이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본격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의 계절 조정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직전 분기 대비)로 본격적으로 둔화됐다. 올 들어서는 1분기 0.2%, 2분기 0.6%, 3분기 -0.4%로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미국은 GDP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2.6%, 올해 1분기 2.2%, 2분기 2.1%, 3분기 4.9%로 견조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인플레이션의 여파가 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를 수출하는 미국 보다 물가가 더 크게 뛰었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5개월 뒤인 지난해 7월부터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해 올해 9월까지 15개월 연속 미국보다 상승폭이 컸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지출이 줄어들고 경제 성장세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고강도 긴축도 이미 취약해진 유럽 경제를 더욱 빠르게 냉각시켰다. ECB는 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10회 연속 인상해 4.5%까지 끌어올린 뒤 지난달 26일 첫 동결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유로존의 올해 1~8월 소매판매 월간 평균은 전쟁 전인 지난해 1월보다 7.5% 감소했다. 반면 미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간 금리를 끌어올렸지만 올해 1~8월 소매판매는 1.8% 줄어드는 데 그쳤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긴장, 중국 경제 부진으로 국제 교역이 줄어든 것도 수출 의존도가 큰 독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림으로써 유로존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침체 국면에 진입한 유로존 경제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S&P 글로벌이 집계한 함부르크상업은행(HCOB)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9월 47.2에서 10월 46.5로 떨어졌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이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10월 PMI는 시장 전망치인 47.4를 크게 하회했으며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존 경제 규모 1위인 독일 경제 성장률도 올해 연간 0.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 양상을 띨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고, ECB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 뱅크의 에릭 F. 닐슨 유니크 경제 고문은 "지난 15년동안 미국에 뒤쳐졌던 우리는 이제 (ECB의) 정책 실수로 1인당 소득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WSJ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유럽의 (경제) 전망을 짓누르면서 미국과 유럽 경제가 성장,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서로 다른 궤적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경제가 서로 갈라지며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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