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환적지 이동’ 정황…석도 인근서 10월에만 10건 포착
북한이 자국 영해 내 새로운 장소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새 환적지에서 10월에만 최소 10건이 발견됐는데 무려 5척이 선체를 맞대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서해 석도 북쪽 해상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나란히 붙어 있는 선박 2척이 보인다. 길이 약 100m 선박 2척이 약 40m 길이의 선박을 사이에 둔 채 선체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약 1㎞ 떨어진 지점에도 약 80m 길이의 선박 2척이 작은 선박을 사이에 두고 밀착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모두 과거 유엔 등이 지적한 전형적인 불법 환적 장면과 일치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이곳을 북한 선박의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한 바 있는데, 실제로 민간 위성사진 자료를 통해 이곳에서 환적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과거 석도 인근 해상에서 선체를 맞댄 선박이 몇 차례 발견된 적은 있지만 환적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하루에만 6척이 발견된 건 처음이다.
VOA는 “위성사진 확인 결과, 10월11·19·22·29일에도 최소 10건의 환적 정황이 포착됐다”며 “지난달 11일 하루 동안엔 5건의 환적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달 19일엔 약 100m 길이의 대형 선박 3척이 소형 선박 2척을 사이에 두고 있는 모습도 위성사진에 찍혔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등에 따라 지난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서 북한이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정제유 규모를 50만배럴(약 7만t)로 제한하는 등 각종 물자 수출입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안보리 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그간 공해상 또는 북한 인근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수출입 제한 물자를 불법적으로 거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환적 행위 역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 위반 사항이다.
선박 3척이 이 같은 불법 환적에 동원된 경우 가운데 선박이 양옆 선박 간에 물건을 옮겨 싣는 크레인용 바지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도는 북한 서해와 대동강 최하류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섬이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27일 펴낸 중간보고서에서 이곳을 북한 선박들의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했다.
VOA는 그동안 북한 초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돼온 불법 환적 정황이 올 5월 이후 사라진 뒤 석도 인근에서 유사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북한이 환적 장소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VOA는 초도 인근 해상에선 작년에만 36건, 올 들어선 38건의 환적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인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8월 초도 인근 해상에서 더 이상 환적 정황이 포착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은 선박 간 환적지를 옮기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환적 장소를 바꾸는 이유에 대해선 “거친 바다 등 선박 간 환적에 적합하지 않은 기상 조건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지역에서 감시가 이뤄지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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