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 월드컵, 사우디 개최 일찌감치 확정…FIFA 회장도 확인+겨울 개최 불가피

김현기 기자 2023. 11. 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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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34년 월드컵 개최국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예상대로 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치한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일 자신의 SNS에서 이를 확인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쇼(월드컵)는 2026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주최할 것"이라고 소개한 뒤 "다음 월드컵은 아프리카(모로코)와 유럽(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남아메리카(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에서 2개의 에디션으로 열린다"고 했다.

미국, 캐나다와 멕시코가 치르는 차기 월드컵은 이미 아시아와 남미에서 지역 예선이 시작된 상황이다.

FIFA는 지난달 평의회를 통해 100주년 기념 대회가 되는 2030 월드컵을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 등 지중해를 두고 인접한 3개국에서 개최하되 개막전 등 대회 초반 몇 경기는 1930년 초대 월드컵을 치렀던 남미에서 열기로 했다.

3개 대륙 6개국에서 펼쳐지는 월드컵이 선수들은 물론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굉장히 힘든 여정이 될 거라는 비판이 속출했으나 인판티노 회장인 이번 SNS 글을 통해 FIFA의 결정에 변함 없음을 못 박았다. 역대 어느 국제대회에서도 해보지 못한 3개 대륙 공동 개최가 월드컵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인판티노 회장은 2034년 월드컵 개최지도 거론하고 나섰다. 인판티노 회장은 2034년 월드컵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고 공언했다.

이어 "3개 대회(2026·2030·2034년 월드컵)가 5개 대륙, 10개국에서 벌어진다"며 "축구를 진정으로 글로벌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점점 분열되고 공격적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와중에 스포츠를 선도하는 축구가 그 무엇과도 다르게 단결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월드컵은 독특한 선의 힘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판티노 회장이 지난달 2030년 월드컵 6개국 개최를 표명하면서 동시에 2034년 월드컵을 아시아에 주겠다고 한 방침은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개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영국 등 유럽 언론에선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에 2030년 대회 개최권을 주고, 남미 3~4개국에 2034년 개최권을 주면 되는 일을 왜 하나로 합치는가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이는 결국 2034년 대회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FIFA는 지난달 31일까지 2034 월드컵 개최지 신청을 받았는데 당초 유치 의사를 내비쳤던 호주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단독 개최로 굳어지는 상태였다.

호주축구협회는 31일 "월드컵 유치와 관련, 가능성을 열어두고 따져봤다. 모든 사안을 검토한 끝에 2034년 대회를 유치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며 일찌감치 수건을 던졌다.

그러면서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2029년 FIFA 클럽 월드컵 유치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호주는 FIFA의 2034 월드컵 아시아 개최 입장이 나온 뒤 동남아 인도네시아 등과 공동으로 유치에 나서 사우디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에리크 토히르 회장이 지난 11일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와 인터뷰에서 호주와 논의 중이라 밝히면서 사우디에 맞서는 호주-인도네시아 연합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지난 18일 돌연 입장을 번복하고 사우디 지지를 선언하면서 호주가 수세에 몰렸으며 결국 입찰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공식 성명까지 냈다. 호주는 지난 7월 여자월드컵을 뉴질랜드와 공동 개최했다. 또 두 차례 하계올림픽을 열었고 2032 올림픽을 브리즈번에서 여는 등 국제대회 개최를 많이 했기 때문에 월드컵 개최 자격도 충분하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세에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FIFA는 2034년 월드컵 유치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에 31일까지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다음 달 30일까지 자격 평가에 필요한 서류를 내라고 주문했다. 대회 개최 의향서를 FIFA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는 유일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인판티노 회장은 11월1일이 되자마자 아예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최를 확인하고 나섰다.

사우디는 당초 이집트, 그리스와 함께 2030년 월드컵 3대륙 공동 유치를 노렸으나, 경쟁에서 밀려 지난 6월 유치전에서 발을 뺐다. 국제축구계에선 FIFA의 2034년 월드컵 아시아 대륙 개최 표명이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냈는데 현실이 됐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뜻이다.

2034년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조별리그를 치를 최소 4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적어도 14개 갖춰야 한다. 이 중 최소 7개는 기존 경기장이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조건 충족에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7년 AFC 아시안컵 유치를 확정지어 경기장을 대대적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 쓰는 기존 경기장이 7개가 넘는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부국으로 오일 머니가 막대하기 때문에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처럼 최첨단 경기장으로 관중을 유혹할 전망이다. 다만 대회 개최 시기는 여름이 아니라 카타르 대회처럼 11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정부는 지난 2010년 대회를 유치할 때만 해도 에이컨 시설을 가동한 여름 월드컵을 천명했으나 50도까지 치솟는 사막의 여름 더위에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결국 11~12월 개최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4번째 아시아 국가가 됐다. 2022년 한국과 일본인 공동개최하면서 아시아에서의 첫 월드컵 개최국이 됐고 이어 20년 뒤인 지난해 카타르가 성공적으로 대회를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카림 벤제마. 네이마르를 줄줄이 자국 프로축구 구단에 데려오면서 축구 부흥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또 2027년 아시안컵을 비롯해 2029년 여자아시안컵,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상태다. 또 세계적인 골퍼들을 유치해 미국 PGA 투어에 대항하는 LIV 투어를 운영했으며 최근 PGA와 통합을 결의한 상태다. 월드컵이 열리는 2034년엔 하계아시안게임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스포츠 실력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선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거둬 세계 축구사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지금은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하던 로베르토 만시니를 거액에 빼돌려 자국 축구대표팀 지휘를 맡긴 상태다.

다만 서방 세계에선 사우디의 이런 월드컵 유치 움직임을 인권 문제를 가리기 위한 이른바 '스포츠워싱'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 개최가 다가올수록 반대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 국가들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피살된 것을 사우디 정부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개최는 1985년생인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국가 부흥 프로젝트 끝판왕으로 볼 수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인구의 60%가 30세 이하 젊은이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석유 위주의 국가 산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높이 500m 빌딩을 170km 이어서 짓는다는, 듣기만 해도 입이 딱 벌어지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2030년 엑스포를 수도 리야드에 유치하기 위해 부산(한국), 밀라노(이탈리아)와 경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그 중에서도 축구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고, 4년 뒤 아시안컵, 11년 뒤 동계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에 결국 월드컵 유치까지 해냈다.

국제정치계에서 '미스터 에브리씽'으로 불리는 빈 살만의 추진력이 월드컵 개최로 또 하나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인판티노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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