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은 잡지의 날, 홀대 받는 잡지정책 

2023. 11. 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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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문화민주주의 (22)]
문화비 소득공제에 잡지구독료만 제외...신문, 방송, 출판정책과 균형 맞춰야

11월 1일은 잡지(雜誌)의 날이다. 1908년 11월 1일 최남선이 월간 잡지 ‘소년’을 창간한 날을 기념하여 11월 1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필자가 잡지와 출판에 종사해 온 지 30년 가까이 된다. 필자가 발행하고 있는 잡지 ‘출판저널’은 올해 창간 36주년이 되었다.  
잡지 '소년' 창간호 표지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출판과 잡지는 정기적으로 발행하느냐의 차이일 뿐 잡지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는 출판을 앞서기도 한다. 가령 잡지에 연재한 기획물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사례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기록하는 지역잡지, ‘출판저널’처럼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콘텐츠를 다루는 전문지로서의 기능을 하는 전문잡지들이 있다. 

잡지, 출판, 신문, 방송은 우리 사회의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매체들이다. 지난 2008년 방송과 신문의 겸영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법이 개정된 이후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사가 종편방송까지 겸영을 하게 되면서 신문과 방송의 힘은 더욱 더 강력해졌고 국민 세금이 더 많이 지원되고 있다. 

정책적으로 볼 때 잡지는 다른 매체에 비해서 정부의 정책면에서 매우 홀대를 받고 있다. 잡지는 우수콘텐츠잡지 선정 지원사업, 번역지원사업으로 약 15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마저도 내년 예산은 11억원으로 삭감됐다. 쥐꼬리만한 예산까지 삭감한 것을 보고 문화계 종사자로서 허탈했다.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된 잡지에 대한 지원은 현실적이지 않다. 출판분야의 경우에는 세종도서나 문학나눔에 선정되면 1종에 대해서 800만원에서 1천만 가까이 도서구매를 하여 공공도서관 등에 지원을 해주고, 그 도서를 많은 국민들이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잡지는 1년을 기준으로 월간, 격월, 계간에 차등을 두어 한 번 발행할 때마다 약 120만원의 잡지 구입으로 지원을 하는데, 이는 45개 정도로 극소수 공공도서관 등에 잡지가 제공되기 때문에 우수한 잡지를 많은 국민들이 향유하기엔 너무 역부족이다.  

따라서 잡지도 출판분야처럼 1회 발행을 할 때마다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서 더 많은 공공도서관 등에서 국민들이 우수한 잡지를 만날 수 있는 독서환경을 제공해 줘야 우수콘텐츠 잡지 선정지원 정책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는 대통령실 해외순방 예산이라든지, 국정홍보 예산은 대폭 늘렸다. 단적인 예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국정홍보방송 KTV는 2024년 336억4400만원을 편성했는데, 올해 본예산 269억1900만원보다 24.9%(67억2500만원)나 늘렸다.  

정부는 2008년 ‘정기간행물법’을 제정하여 잡지 등 정기간행물 산업의 진흥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년마다 정기간행물진흥5개년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하는데, 제3차 정기간행물진흥5개년계획(2022-2026년)이 시행되는 동안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없으며 2024년엔 예산 반영조차 없다. 

지난 2012년 1차 정기간행물진흥계획부터 지금까지 계획은 있고 실질적으로 실행이 없는 계획을 위한 계획이며, 현장에서 볼 때 그림의 떡과 같은 계획일 뿐이다. 이러한 계획을 정부가 왜 국민세금을 들여서 만들고 업계 종사자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는가.

또한 문화비 소득공제에서 잡지구독료만 빠져 있다. 도서구입비, 공연관람비, 미술관 및 박물관 입장료, 신문 구독료, 영화 관람료까지 모두 포함되었는데 잡지구독료만 제외되었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데, 이번 국회 회기에서 통과가 안 되면 자동폐기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잡지를 애독하고 있는 문화소비자들에게 역차별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잡지의 날이지만 마냥 기쁘지 않은 날이다. 잡지의 날에 주목을 받아야 할 잡지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시대의 기록자로서 좋은 콘텐츠를 담아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발행인들과 종사자들에게 건투를 빈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 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비상임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한국출판학회 이사이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을 지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학교와 세명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등을 썼다.
unigood73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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