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김포 서울 편입'이 총선에 유리할 거라는 착각
[이충재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여권의 김포 서울 편입안이 수도권 총선 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초 이 구상은 지난달 국민의힘 소속인 김포시장과 김포당협위원장이 지역행사에서 공식화한 것이 발단입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자신의 공약인 경기북도와 경기남도의 분도 계획을 밝히면서 김포시가 북도로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에 반대하며 국민의힘에 서울시 편입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할 승부수로 활용하고 나선 셈입니다. 여당에서도 "총선에서 경기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대거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말을 숨기지 않습니다.
김포 서울 편입 구상은 이미 대통령실과의 교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에 인접하고 생활권이 같은 인구 50만 명 이내 중소 기초단체로 대상을 확대하자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포시뿐만 아니라 경기 하남시 광명시 구리시 등도 가능지역으로 거론되는 배경입니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지역을 메가시티 서울 편입 논의에 포함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구상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 이전 공약을 벤치마킹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내건 게 선거에 도움이 된 점이 고려됐다는 겁니다.
여권 대형 이슈 선점 효과, 그러나...
여권의 구상은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대형 이슈를 선점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집권여당으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국민의힘이 의제를 이끌고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얘깁니다.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끈 것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입니다. 당장 김포시 등 해당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시민이 될 수 있다"며 편입 주장을 반기고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교통, 복지 등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분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선 유불리를 따지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무엇보다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습니다. 김포시의 경우 김포시·경기도·서울시의회 동의를 얻거나 주민투표를 통해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주민 동의를 얻은 뒤에도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서울시에 편입되면 서울시의 폐기물 매립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고 세금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서울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변수입니다. 복지 분담 등을 고려했을 때 다른 지역의 서울 편입에 부정적 여론이 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편입이 고려되는 인근 서울 주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총선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에 반대하는 지방의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지역균형 발전과 배치된다는 논리적 모순이 포퓰리즘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분위기를 보면 여권에서도 치밀한 전략이 마련된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슈를 던져만 놓은 상황이지 세부적인 추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저마다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여당 내에서도 너무 성급하게 구상을 꺼낸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 기대만 부풀려놓고 성사되지 않았을때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여권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은 가뜩이나 수도권 집중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의 덩치를 키우는 게 국가전략 차원에서 합당하느냐는 지점입니다. 윤 대통령만 해도 지난 10월 27일 경북도청을 찾아 "수도권 중심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과감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30일 국무회의에서도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을 의식해 서울 확대 정책을 펴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가 핵심 과제를 표 계산으로 주판알만 튕기는 모습이 집권여당의 책임있는 자세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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