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하한가 행진 어디까지…불어나는 키움증권 손실
최대주주 대양금속의 보유 주식도 반대매매로 나와
올해 주가 상승분 반납 이후 저가 매수 유입 기대
시세조종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가 지난달 26일 거래를 재개한 이후로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거래 정지 전 대비 주가가 70% 이상 급락했지만 반등보다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키움증권이 미수금 회수를 위해 반대매매를 실행하는 데다, 영풍제지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이 보유 중인 주식도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주가는 거래가 재개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4거래일 동안 3만3900원에서 8170원으로 75.9% 하락했다. 나흘 동안 거래량은 10만4235주, 거래대금 11억1000만원에 그쳤다.
영풍제지 주가가 하락할수록 거래량은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 거래량은 5438주에 불과했으나 27일 1만2508주, 30일 1만9825주, 31일 6만6464주로 늘었다. 가격이 추가로 더 내려가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미수금 회수를 위해 개장 전 시장가로 반대매매를 실행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키움증권 계좌의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이 4943억원 발생했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2거래일 후인 실제 결제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미수금이 발생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로 빌려준 돈을 회수한다. 미수 거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은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 동안 이뤄진 미수거래 가운데 18일부터 회수하지 못한 대금일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달 18일 영풍제지 주가가 하한가로 주저앉았고 거래량이 급감한 데다, 19일 거래가 정지되면서 키움증권은 대규모 미수금을 떠안게 됐다.
영풍제지 주가는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824% 급등했다. 9월 한달 동안 주가는 옆으로 횡보하면서 조정 양상을 보였다. 영풍제지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1개월 동안 하루 평균 거래량은 613만7666주에 달했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2900억원을 웃돌았다. 미수 거래가 발생해도 반대매매로 미수금을 회수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지난달 18일 영풍제지와 모회사 대양금속이 하한가를 기록하고 한국거래소가 이튿날부터 거래를 정지하면서 발생했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의혹으로 관련 일당 일부가 구속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들은 키움증권에 100여개 계좌를 만들고 자전거래로 미수까지 사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키움증권 미수금 대다수가 시세조종 세력이 사용한 계좌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세조종 세력 계좌에서 발생한 미수금이라면 변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시장에서 영풍제지 주식을 팔아서 미수금을 회수해야 하는 데 주가는 내려가고 매도 잔량만 쌓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영풍제지 주가가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을 때 키움증권 손실액은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루 더 하한가를 기록하면 회수 가능 금액은 1000억원 미만일 것으로 봤다.
키움증권 미수금 규모를 고려했을 때 시세조종 세력이 미수로 매수한 주식은 1700만주에 달한다. 평균 매수가격과 계좌별 증거금률 등에 따라 일부 편차는 있을 수 있다. 전날 거래가 체결되지 않은 채 하한가에 매도 주문을 넣은 주식 수는 2600만주로 전체 발행 주식 4648만의 56%에 해당한다. 키움증권 반대매매 물량 외에도 일반 주주들 역시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양금속은 지난달 30일 보유 주식 가운데 1480만주에 대한 담보권이 실행된다고 공시했다. 대양금속은 농협은행과 대구은행에서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560억원을 대출받았다. 대구은행은 1112만5000주를 담보로 340억원을 대양금속에 빌려줬다. 영풍제지 주가가 3060원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166만6667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빌려준 농협은행은 6000원에 주식을 처분하면 원금은 지킬 수 있다. 영풍제지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대양금속에 추가로 담보 제공을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사실상 발행 주식 가운데 60%가량이 반대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영풍제지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저가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매매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한번 더 하한가를 기록하면 지난해 종가 수준까지 내려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풍제지는 올해 상반기에 연결 기준으로 누적 매출액 409억원, 영업손실 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27.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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