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부채위기의 해법

2023. 11. 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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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한국경제에 있어 가계와 기업부채의 과다함을 지적했다.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도 부채 수퍼사이클(debt supercycle)로 인한 신흥시장국 부채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서 담보가치가 높아져 대출이 증가했으나 고금리로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경우 대출축소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과정에서 부채위기와 저성장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 역시 그동안의 저금리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했으며 부동산 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2분기 가계신용은 186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0%를 넘어서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부채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먼저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미국 3분기 성장률이 5%에 가깝게 좋게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대출금리가 7%를 넘어서고 있으며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며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로 이미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더 높아질 경우 부채위기가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금융부실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출금리의 과도한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

대출축소도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지나치게 규모가 커진 가계부채는 물론 기업부채 또한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급격한 디레버리징은 위기를 초래한다. 고금리에 대출규제까지 강화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늘어나고 있는 대출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도 가계와 기업의 부채축소를 천천히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고통받는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서민금융을 확충하고 소상공인 대출기한을 연장해 디레버리징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내수경기 경착륙을 막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부분의 부채위기는 경기경착륙이나 고금리가 지속될 때 발생한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긴축통화와 긴축재정의 정책조합은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며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개방된 경제에서는 경기를 경착륙시켜 자본유출과 금융위기를 촉발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우리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과도하게 긴축정책을 사용해 위기를 겪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미국의 경우 금리는 큰 폭으로 높이고 있지만 재정은 완화하는 정책을 사용해 경기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보다 경기침체가 더 심화되고 있다. 부채위기를 피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경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통화와 재정의 정책조합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한다. 올라갈 때 이미 체력을 소진해 내려올 때 넘어져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부채위기 역시 미국 금리인상 시기보다는 인상을 멈춘 후 1~2년 뒤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금리인상이 시차를 두고 경기를 위축시키고 시간이 갈수록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이자부담을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끝나가고 있지만, 다가오고 있는 부채위기를 피하기 위해 지금은 정책당국의 신중한 정책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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