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결정 연기…합병 늦을수록 살아남기 어려워
부채비율 2097.5%·유동비율 49.3%
빚은 많은데 당장 갚을 능력 부족
남은 현금 사실상 약 1200억원
사외이사 '이해충돌' 논쟁 이사회 최대 변수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0일 화물사업부 매각 등 합병 관련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논의한다. 이에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독점 우려 해소안을 늦게 내게 되는 등 합병 ‘시계’가 멈춰 섰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합병이 늦어질수록 손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386.7%였던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2097.5%로 치솟았다. 부채비율이란 기업이 가진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올해 부채비율이 높아진 데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난해에는 업황 개선에 따른 수익을 토대로 꾸준히 차입금(빌린 돈)을 갚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다소 낮았다”라고 밝혔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많은데 갚을 능력은 부족하다. 단기적으로 갚아야 할 빚에 대한 능력으로 볼 수 있는 유동비율이 올 상반기 49.3%밖에 되지 않는다. 유동비율이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후 100을 곱한 값이다. 유동자산은 단기간에 현금이나 현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예금 ·주식 등을 의미한다. 유동부채는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빚이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4년간 200% 이상이 돼야 재무 건전성이 좋은 기업으로 본다. 말하자면 아시아나항공은 1년 안으로 갚아야 할 빚의 50%만 갚을 수 있다는 것이며, 현금동원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회사 유동비율은 2019년 34.2%에 머물렀으며 이후에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얼마 있지 않은 현금마저 말라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가 가진 현금은 1조599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남은 빚인 특별약정지원금 2조5560억원 중 7000억원을 갚았다. 지난 21일에는 산은이 빌려준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출 2400억원도 만기가 도래해 갚았다. 사실상 남은 현금이 1199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거기에 부산은행에서 빌린 210억원도 아직 남아있다.
특별약정지원금의 경우 올해 1월부터 1년 만기에서 3개월 만기로 변경됐다. 1년마다 갚다가 3개월마다 갚아야 하는 것이다. 아시아나는 이에 대해 “여행 수요 증가를 통한 재무 상황 개선에 대한 정기적인 논의 및 국내외 변수로 인한 환율·금리 변동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해당 빚은 지난 7월에 갚은 이후 지난달 27일 3개월 만기가 도래해 다시 연장한 상태다.
항공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지난 30일 이사회를 통해 아시아나에 넘긴 7000억원 사용처를 확대하는 내용의 아시아나 지원 방안을 의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합병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7000억원을 아시아나에 지원했다. 계약금 3000억원은 2020년 12월에, 나머지 금액은 2021년 3월에 아시아나가 수령했다. 다만 이 금액은 예수금(임시 보관 자금)으로, 사용처가 제한돼있어 당장 쓸 수 없는 돈이다.
한편 지난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포함한 합병 관련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사외이사인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표결 참여를 두고 논란이 일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김앤장은 양 사 합병 과정에서 대한항공을 자문하고 있다. 윤 이사가 특수 이해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사회 표결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논쟁이 붙은 것이다.
해외에 있던 윤 이사는 온라인으로 참석했다가 회의 도중 퇴장했고 다시 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하는 이사 일부가 재접속을 반대해 논란이 벌어졌다. 아시아나 이사회 정관상 이사회 온라인 참석은 가능하며 재입장 역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이사회 결정이 있어야 EU 집행위원회에 시정 조치안을 제출할 수 있다. 윤 이사와 관련된 이해충돌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법무법인 자문을 근거로 반대 의사를 밝힌 이사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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