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란’ 경전부터 ‘지혜의 집’ 도서관까지…세계 책의 수도 샤르자
도서 전담 정부조직 ‘도서청’이 출판산업 육성 중
이슬람 경전 ‘쿠란’, 책 기술 발전시켜
첨단 도서관 ‘지혜의 집’ 확산 중
매년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에서는 중동 최대 규모의 국제도서전이 개최되고 있다. 1982년 첫 개최 이후 올해 42회를 맞았다. 매년 약 81개국, 2000여개사가 참가하며, 약 2주간의 기간 동안 방문하는 인원은 250만명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중 ‘문화 강점 도시’로 알려진 샤르자는 출판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1998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랍의 문화 수도(The Cultural capital of the Arab World)’로 선정됐고,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에 이름을 올렸다.
샤르자의 문화 강점은 박물관에서 드러난다. 정부 전담 부처인 박물관청을 통해 다양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샤르자 이슬람문명 박물관은 이슬람 문명이 이룩한 역사를 조망하기에 충분하다. 전시는 아랍의 역사, 예술, 의학, 천문학, 건축, 수학, 화학 등을 망라한다. 특히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의 전파 과정을 통해 책의 발전사를 살필 수 있다.
쿠란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다수가 신성시하는 경전이다. 알라의 가르침과 생활 규범을 담은 내용은 인쇄술 발명 전까지 손글씨로 전해졌다. 정확한 폭과 각도 유지가 철저하게 요구됐다.
쿠란은 북바인더 기술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 나무보드를 사용해 감싸던 책 덮개는 야자수잎 섬유실로 확장됐다. 표지 무늬 역시 점점 기하학적으로 변모했고, 꽃문양, 맞물리는 격자 모양이 등장했다.
쿠란은 정성스럽게 보호됐다. 애초 옷가지 등 천으로 감쌌다가, 이후에는 나무와 진주, 은화나 황동으로 만든 보관함에 주로 보관했다. 아랍에미리트 토후국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율법을 지키는 샤르자에서 쿠란이란 책은 더욱 조심스럽게 다뤄졌다.
쿠란을 다루던 태도는 도서관 ‘지혜의 집(House of Wisdom)’에도 반영됐다. 지혜의 집은 2019년, 샤르자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 책의 수도’ 선정된 것을 기념해 건립됐다. 건물은 런던, 홍콩, 베이징 등의 공항을 설계한 건축회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 and Patners)’가 설계했다. 유리를 통해 낮에는 주변 환경을 도서관 안에 담아냈고, 밤에는 조명으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햇볕이 강해, 그늘이 귀한 지역인 만큼 건축에 그늘 생산도를 높였다. 건물 높이 30미터 높이로 15미터의 그늘을 만들어 냈다. 그늘 때문인지 도서관 외관 철제물에는 온갖 새들이 날아드는데, 지저귀는 소리가 건물의 미(美)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소장 도서는 30만권 정도이며, 그중 20만권은 디지털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희귀도서는 200년 된 책을 포함해 1만2000권을 소장하고 있다.
지혜의 집 도서관 특징은 어린이, 여성 등이 자유롭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어린이 공간을 별도로 분리해 아이들의 자유도를 높였다. 여성만 출입이 가능한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최첨단 도서관이기도 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약 5분)에 책을 만들어 내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이 마련됐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책을 출판할 수 있고, 도서관 출판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도 할 수 있다.
지혜의 집 외부 정원에는 영국의 예술가 게리 주다가 조각한 ‘두루마리(The Scroll)’ 조각상이 설치됐다. 고대 두루마리가 회오리 형태로 동그랗게 말려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인데, 지혜가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지혜의 집 도서관장 마르와 알 아크루비(Marwa Al Aqroubi)는 “지혜의 집은 기능과 연령별 특성을 고려한 최첨단 도서관이다. 집과 학교, 직장 외에 특별한 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며 “지혜의 집이 세워진 이후 같은 콘셉트의 도서관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르자=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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