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文정부 조작 의혹…원전은 "죽을래" 집값은 "조직 날린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송봉준)는 지난주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실무자급 관계자 다수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통계조작 의혹은 지난 9월15일 감사원이 자체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수사 의뢰한 것으로 주택·가계소득·고용 3가지 분야에 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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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조작 의혹이 소환한 원전 조작 사건의 기억
검찰은 해당 의혹이 전형적인 직권남용죄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거 대전지검이 수사했던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리딩 케이스’로 참고하고 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들이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외부 회계감사 기관까지 회유·압박, 원전의 경제성을 조작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이다. 현재 수사 중인 통계조작 의혹이 2017년 6월~2021년 11월 청와대와 국토부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총 94회 이상 압력을 가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구조가 유사하다.
대전지검 수사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의도한 정책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행정부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말하고 실패를 인정·수정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며 “아직 수사 중이지만 감사원 감사결과가 맞다면 두 사건은 거짓말로 국민의 정책 판단 오류를 유도한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직권남용 혐의로 흔히 의율 되는 통상적인 갑질이나 사익취득보다 사건의 영향력이 중대하고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文 하문 한 마디에 추락한 월성1호기 경제성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관련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사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2일 “월성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고 청와대 내부 보고시스템에 댓글을 단 게 발단이 됐다. 문 전 대통령이 쓴 이 한 문장은 댓글이 생성된 당일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을 뒤흔들었고 청와대 행정관과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을 거쳐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됐다. 당시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조기폐쇄 추진 및 향후 계획을 산업부가 장·차관까지 보고한 입장을 전달받으라”고 지시했다.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월성1호기 운영을 승인했던 백 전 장관은 원전산업정책과장에게 “월성1호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의결 즉시 가동 중단하지 않고 2년 더 가동하면 조기폐쇄라는 말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너 죽을래,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냐”며 질타했다. 이후 산업부와 한수원, 외부회계법인에까지 백 전 장관의 의중이 내려갔고 그 결과 월성1호기 계속 가동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추출됐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주택 분야 통계조작 의혹은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이 벌어진 약 1년 후인 2019년 4월 빚어졌다. 당시 청와대는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국토부 등에 ‘집값 상승률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그해 6월 셋째 주,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 매매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한국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라며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읍소했다.
이 읍소는 ▶서울 매매변동률 확정치 -0.01% ▶보도자료 수정(커지는 강남4구 상승세→32주 연속 하락세 지속) 등의 결과로 실제 이행됐지만, 그다음 주인 4주차에도 매매 변동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읍소는 협박으로 바뀌었다. 2019년 7월4일 국토부 관계자가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고 하고 부동산원장 사퇴도 종용했다고 한다.
“행정부 불신·전체주의 가능성과 맞닿아 있어”
검찰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통계조작과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두고 ‘전체주의적’이라는 수식어를 쓰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담당 재판부는 ‘정부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문화를 억압하거나 차별하는 순간, 전체주의의 길이 열린다’라고 했는데 두 사건은 이런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며 “행정부 불신을 낳게 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 역시 “의도한 정책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행정부는 사실을 말하고 실패를 인정·수정해야 하는데, 두 조작 사건은 거짓말을 통해 국민의 자기 결정권을 앗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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