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O 단원 이재원 “세계 최고 악단 수식어보다 연주 자체에 가치”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는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 가운데 하나다. 1888년 암스테르담에서 콘세르트헤바우(콘서트홀이라는 의미)가 개관할 때 전속 오케스트라로 창립된 이후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과 정상을 다퉈 왔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구스타프 말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 음악사의 거장 작곡가들이 직접 포디움에 선 적 있으며, 20세기 후반 이후엔 마리스 얀손스와 다니엘레 가티 등이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다. RCO가 6년 만인 오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가진다.
RCO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다. 바로 제2바이올린 제2부수석인 이재원(37)으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입단했다. 오보이스트 함경이 2016년 같은 악단에 입단했다가 2018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으로 옮기면서 현재 한국인 단원은 이재원뿐이다.
RCO와 함께 한국을 찾는 이재원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라는 수식어보다는 연주 자체의 가치에 더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단원들은 무대 위에서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하나가 되어 관객에게 감동을 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RCO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RCO를 상징하는 것은 전용홀 콘세르트헤바우의 음향이다. 이곳은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음향이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이재원은 “콘세르트헤바우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들린다고 할 정도로 어쿠스틱(자연음향)이 특별하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135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전통과 변화, 변하지 않은 장소와 계속 변하는 음악가들과 관객들 등 모든 것들의 조화를 추구하는 게 우리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CO는 최정상급 악단답게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고 있다. 단원 티오가 나면 서류 심사와 녹음 심사를 거친 뒤 3일간의 오디션을 통해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이재원은 “단원들을 가족으로 보기 때문에 매우 엄격하게 입단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단원들 하나하나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 가끔 무대 위에서 다른 단원의 솔로 연주를 듣다가 내 연주를 잊어버릴 정도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함께 연주하는 재미와 함께 나를 발전시키는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8살 때 프랑스로 떠난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졸업한 이재원은 2014년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잠시 몸담기도 했다. 하지만 RCO에 입단하며 2015년 유럽으로 돌아갔다. 그는 유럽에서 동양인 연주자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어릴 때부터 유럽에서 살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웠던 기억은 없다. 게다가 RCO에는 25개 국가에서 온 음악가들이 있어 다채롭다”고 답했다. 이어 “서울시향에서의 시간은 아주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부모님께서 한국에 계시는 데다 연주 등으로 가끔 한국을 찾고 있는데, 아직은 완전히 귀국할 예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RCO는 2018년 다니엘레 가티가 성추행 혐의로 물러난 뒤 수석지휘자가 없는 상태다. 다만 2027년 수석지휘자로 취임이 확정된 젊은 스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가 지난해부터 ‘아티스틱 파트너(예술적 동반자)’로서 연간 5주 이상 지휘하고 있다. 이재원은 “수석지휘자가 공석이 된지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래서 새 지휘자 메켈레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면서 “지난해부터 메켈레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가 점점 단합해 가는 기분이다. 이 인연의 미래는 두고 봐야겠지만, 단원 모두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내한공연의 지휘봉은 이탈리아 출신 거장 파비오 루이지가 맡았다.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루이지는 이번에 RCO와 함께 베버 ‘오베론’ 서곡,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예핌 브론프만),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재원은 루이지에 대해 “악보 해석과 디테일(작은 것 하나)에도 꼼꼼하면서도 오케스트라를 압박하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 주는 지휘자라 함께하는 공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RCO 단원으로서 2017년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내한공연에 참여하는 이재원은 동료들도 한국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K클래식을 비롯해 한국 문화의 위상이 유럽에서 높아지고 있다. 다만 암스테르담에서는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동료들은 이번 내한 동안 한국 문화를 접하고 싶어한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한국에 오는 것이라 기대가 크다. 시간만 되면 북한산에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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