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복수 대신 사랑의 길을 걸어야
바탕 둔 고귀한 삶의 태도가
인간성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향해 무차별 폭탄을 퍼붓고 있다. 벌써 수만명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고, 수십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지난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일어난 일이다. 이 지역에서 숱하게 벌어졌던 비극의 반복이기도 하다.
지난 75년간 이스라엘은 일상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하고, 이들을 고향에서 쫓아내 왔다. 라시드 할라디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를 ‘정착민 식민주의’라고 부른다. 백인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내몰고 학살했듯,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인이 죽어 없어질 때까지 공격 중이란 뜻이다. 올해 이스라엘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숫자가 전쟁 이전까지 이미 220명을 넘어선 게 그 증거다.
내몰리고 죽어가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에 견디다 못해 저항하면, 이스라엘은 압도적 무력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보복 살해해 왔다. 이번 전쟁에서 무려 4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사망자 숫자는 그 끔찍함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반복해 온 이 땅의 무참한 비극이다.
보복과 복수의 악령이 활개 치는 세상은 지옥과 같다. 화해와 평화를 말하는 이들은 외면당하고, 응징과 투쟁을 외치는 자들만 목소리를 높여간다. 분노에 중독된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근간을 지탱하는 공동 이익, 인간성의 바탕을 이루는 공통 감각에 관한 사회 역사적 합의 등을 무시한다. 폭력과 적대를 부추기는 목소리에 잡아 먹혀 식량 공급 중단, 아동 학살 같은 야만적 행위조차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복수로는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있다. 보복이 보복을 낳고 복수가 복수로 이어지므로, 결국 상대 세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앙갚음과 응징이 무한 반복되는 사태를 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잔혹한 적대의 대가는 결국 나의 피로 치를 수밖에 없다. 보복과 복수를 화해와 평화로 바꾸지 못하는 국가나 사회는 분쟁과 투쟁의 악순환 속에서 서서히 쇠락한다.
성서에서 예수는 보복과 복수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을 인류에게 가르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라.”(마태복음 5장 44절) 이 선언은 예수가 이 땅에 남긴 가르침의 핵심을 압축한 것으로,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는 유대의 낡은 법을 완전히 대체한다.
모세는 말한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상처는 상처로 갚아야 한다.” 이 낡아빠진 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개인과 단체, 국가나 사회는 위협과 투쟁, 불안과 공포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스트레스와 불행 속에서 삶을 탕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스라엘이 걷는 길이다.
예수는 다른 길을 권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이로부터 사랑의 정의가 인류사의 한복판에 등장한다.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라.” 보복과 응징이 아니라 용서와 희생에 바탕을 둔 고귀한 삶의 태도가 비로소 인간성의 완성으로 받아들여진다. “너희는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그리스어로 ‘완전한 사람’을 텔레이오이(teleioi)라고 한다. 이 말은 어떤 것의 존재 목적이나 최종 원인, 즉 신적인 것을 뜻하는 텔로스(telos)에서 유래했다.
예수에 따르면 친구를 사랑하는 사람에서 원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일은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인 인간이 완전하고 성숙한 존재로 자라는 일,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는 신적인 것을 깨닫는 일이다. 예수는 선언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그래야 너희는 신의 아들이 될 것이다.” 보복과 복수 대신 사랑과 평화의 길을 걸을 때 인간은 완전해진다.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이 부디 증오의 길에서 벗어나 사랑의 길로 들어섰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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