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미켈란젤로가 숨어지낸 곳…'비밀의 방', 일반에 공개된다
이탈리아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약 500년 전 숨어서 그림을 그린 곳으로 알려진 '비밀의 방'이 1975년 발견된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 보도에 따르면 피렌체의 메디치 예배당 지하에 있는 '비밀의 방'이 11월 15일부터 2024년 3월 30일까지 소규모 방문객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이끈 예술가로 꼽힌다. 그는 1530년 메디치 가문을 피렌체에서 쫓아낸 공화정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클레멘스 7세 교황의 노여움을 샀는데 이때부터 길이 10m, 너비 3m, 높이 2.5m의 이 작은 공간에서 숨어 지냈다.
비밀의 방은 1975년에 당시 메디치 예배당의 관장이었던 파올로 달 포제토가 발견했다. 그는 늘어나는 예배당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출구를 찾던 도중 옷장 아래 숨겨진 다락문을 찾아냈다.
첫 발견 때 문을 열자 석탄이 가득한 방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나타났고, 두 겹의 석고벽을 제거하자 수 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60∼70개의 섬세한 목탄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이 방으로의 접근은 엄격하게 차단돼 왔다. 학자·언론인 등만이 예외적으로 출입할 수 있었고, 2018년에는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찾았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이곳을 다녀갔다.
이번에 일반에 공개되긴 하지만, 극도로 제한적인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번에 4명씩, 매주 최대 100명만 들어갈 수 있고 공간 내부에 머무는 시간도 최대 15분으로 제한된다.
라스탐파는 "관람 인원과 시간이 제한되는 이유는 좁은 공간의 제약과 조명 노출 시간이 길어질 경우 작품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려가는 계단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입장할 수 없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2024년 3월 30일까지 이곳을 일반에 개방한 뒤 연장 여부와 방문객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비밀의 방의 그림들이 정말 미켈란젤로가 그린 것인지는 여전히 학계에서 논쟁거리라고 라스탐파는 전했다.
현 관장인 파올라 드아고스티노에 따르면 당시 관장이었던 포제토는 그림들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굳게 믿었다. 많은 학자들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시 나이가 이미 50대에 이르렀고, 강력한 후원자들을 거느린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그렇게 우중충한 밀실에서 시간을 보냈을 리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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