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들국화가 만발할 때
늦가을에 접어들면 정원은 오래된 맛이 든다. 초록빛 수목 잎이 붉고, 노랗게 물들고, 화단에는 가장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가을꽃이 핀다. 쾌청한 날씨 탓에 우리나라는 가을꽃이 특화된 나라다. 대표적 가을꽃으로 ‘아스타’와 ‘국화’ 계열이 있다. 둘 다 모두 우리나라가 자생지이기에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라준다.
생물학적으로 아스타는 보라색·흰색으로 색상이 한정돼 있고 마치 꽃이 별처럼 피어나 학명 자체에도 별, ‘Astar’가 들어 있다. 이 이름이 생소하다면 아스타 계열의 식물인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를 기억해도 좋겠다. 논두렁·밭두렁에서 바람에 나부끼며 자라기에 들국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젠 정원용으로 재배되어 ‘공작아스타’ ‘청화쑥부쟁이’(사진) 등의 이름으로 꽃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국화라고 부르는 계열에는 ‘감국’ ‘산국’ ‘산구절초’ 등이 있다. 아스타와는 분류가 좀 다르지만 우리는 우리 땅에 피어나는 가을 들국화로 통칭하기도 한다. 아스타가 됐든 국화가 됐든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소쩍새가 우는 봄부터 잎을 틔워 장마와 무더위를 견디며 드디어 늦가을에야 꽃을 피우는 정말 오래된 꽃이다. 노랗고, 하얗고, 보라색인 이 꽃들이 장관을 이룰 때 나무들의 잎 또한 붉게, 노랗게 물들면서 가을 정원은 정말이지 극강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꽃을 피우는 건 식물엔 엄청난 숙제와 의무다. 식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찰나의 순간을 위해 그 긴 시간을 견디며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정원에서 식물과 함께 지내다 보면 식물의 삶에 내 삶이 투영될 때가 많다. 나만 이토록 삶이 고단한가, 나만 이렇게 쉴새 없이 불어내는 바람에 부대끼며 사는 건가. 문득 억울할 때마다 식물로부터 위로받곤 한다. 꽃을 피우는 건 누구라도 참 어렵고도 어렵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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