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양평고속도로’ 야당 쓴소리에 윤 대통령 주로 경청
31일 국회 시정연설 전 사전 환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지금껏 행사장에서 마주치더라도 짧은 인사만을 나눴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소통한 것 자체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오전 9시42분 김진표 국회의장과 나란히 국회 접견실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을 거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눈을 바라보며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말없이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다만 환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구체적인 의제가 오가지는 못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여야, 정부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저희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데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로 전환된 차담에서 발언을 했는데, “정부 각 부처가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생각으로 현장에 좀 더 천착하고 정책이나 예산에 있어 좀 대대적인 전환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둘 다 발언은 1분 남짓에 불과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많은 얘기를 쏟아낼 거로 예상했는데, 의례적인 민생 언급 외엔 별다른 얘기를 안 해 놀랐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협치의 계기는 마련됐으나 전면적인 협치가 이뤄지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야당 중진)는 평가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국정 운영에 대한 국회의 말씀을 잘 경청하겠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을 향해 “불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헌정사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국회로 찾아와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몸을 낮추며 소통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야당 중진 의원들과의 첫 대면이기도 했다.
화기애애했던 공개 회담과 달리 이어진 1시간가량의 비공개 간담회에선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제언과 고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국회의장실 등에 따르면 백혜련(민주당) 정무위원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기(민주당) 국토교통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문제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논란의 종지부를 직접 찍어주셔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고언이 쏟아지는 동안 윤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며 “연말에 상임위원장단께 저녁을 모시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간담회 후 국회 사랑재에서 이어진 오찬에서도 윤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우리 의원님들과 또 많은 얘기를 하게 돼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라며 “우리가 초당적, 거국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간담회와 오찬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는 “오늘 윤 대통령의 엄청난 변화 시그널을 봤다”고 했고, 야권 참석자 역시 “윤 대통령이 국회와 한 발짝 가까워진 날”이라고 평가했다.
오현석·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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