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티 없이 깨끗하고 우아했던 기네스 팰트로의 메이크업을 기억하는가? 미니멀리즘의 표본이었던 이때의 기네스 팰트로는 올해 뷰티 업계를 달군 ‘클린 룩(Clean Look)’이나 ‘꾸안꾸’ 메이크업 룩의 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부터 클린 뷰티를 지향했던 기네스 팰트로는 2008년부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굽(Goop)’을 통해 내면의 건강한 힘을 강조하며 웰니스 트렌드를 적극 전하고 있다.
「 SOFIA COPPOLA 」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는 섬세한 연출력으로 패션 브랜드의 러브 콜을 받아온 인물 중 한 명이다.
〈처녀 자살 소동〉 〈마리 앙투아네트〉 〈썸웨어〉 등 소녀적 감수성을 녹인 작품들은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 비통의 수장이던 시절 소피아 코폴라 백을 만들고 그녀 역시 디올 향수 캠페인, 샤넬 패션 필름을 만드는 등 패션 하우스와 끊임없이 교류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 〈프리실라〉 속 드레스 역시 버지니 비아르가 그녀의 영화를 위해 만든 단 한 벌의 드레스라고.
「 LUCIA PICA 」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 샤넬의 전 크리에이티브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현 바이레도(Byredo) 크리에이티브 이미지 앤 메이크업 파트너인 루치아 피카. 다채로운 색과 질감을 활용한 그녀만의 메이크업 아트는 여성에게 메이크업을 통한 아름다움의 본질을 찬미하게 만든다.
「 HAILEY BIEBER 」
글레이즈 스킨부터 스트로베리 걸 메이크업, 라테 메이크업까지. 헤일리 비버가 하는 건 왠지 따라 하거나 사고 싶은 묘한 매력이 있다.
그녀가 지난해에 론칭한 ‘로드(Rhode)’ 역시 마찬가지. 보습제와 립 트리트먼트 등 요즘 감성의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 훌륭한 제품력으로 현재 미국 MZ세대가 홀릭하는 가장 ‘힙’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영향력 있는 모델을 넘어 뷰티 트렌드 아이콘이자 CEO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헤일리는 다음 행보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 JUNG HOYEON 」
빨간 머리를 한 이름 없는 동양인 모델에서 루이 비통의 글로벌 앰배서더까지. 정호연이 보여준 놀라운 도약은 수없는 도전의 결과물이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를 통해 평범한 소녀에서 패션모델에 도전했고, 동양인을 거의 볼 수 없었던 시기에 해외 패션쇼 문을 두드려 샤넬과 루이 비통의 쇼에 서는가 하면, 〈오징어 게임〉을 통해 배우로 변신하기까지. 그녀의 무한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 CHRISTINE NAGEL 」
조 말론 런던, 디올,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등에서 누구나 알 만한 향수 명작을 탄생시킨 스타 퍼퓨머 크리스틴 나이젤.
2016년 에르메스 향을 진두지휘하는 하우스 최초의 여성 조향사가 된 그녀는 H24, 트윌리 데르메스, 운 자르뎅 아 시테르 등의 향수를 선보이며 에르메스 향기의 새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남성 중심으로 형성됐던 기존 조향 업계에서 진정한 우먼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크리스틴은 ‘후각’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공감과 안부를 전한다.
「 KATE MOSS 」
훤칠한 키에 글래머러스한 몸을 가진 ‘슈퍼모델’들이 주름잡았던 80~90년대 런웨이, 168cm의 깡마른 모델 등장은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뿐인가. ‘헤로인 시크’라 불릴 만큼 다크 포스를 풍기는 스타일로 주목받은 그녀는 스모키 메이크업에 스키니 진 열풍을 일으키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다양한 신체 조건을 가진 이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것, 그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 CARRIE MAE WEEMS 」
2023 핫셀블라드를 차지한 최초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캐리 메이 윔스. 40년간 그는 텍스트, 오디오, 디지털 이미지, 설치 비디오를 오가며 오늘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특히 흑인 여성이 직면한 인종차별, 성차별, 개인 정체성 문제에 집중해 왔다. 하나의 식탁에서 24시간 포착된 자기 모습을 담은 ‘Kitchen Table Series’(1990) 연작은 그 정수라 할 만하다. 자신의 정체성이 젠더와 노동 계급, 타인과의 관계, 문화적 역사 등 숱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현실을 이토록 독창적으로 구현하다니.
「 URSULA K. LE GUIN 」
“우리는 화산이다. 여성들이 우리 경험을 인간의 참모습으로서 드러낼 때가 되면 지형도가 바뀔 것이다.”〈어스시 연대기〉를 탄생시킨 SF 판타지 작가 어슐러 르귄은 “여자가 쓴 소설은 읽지 않는다”며 필명을 요구하던 20세기 후반의 미국을 인류학, 심리학, 페미니즘, 무정부주의를 버무린 이야기로 매혹시켰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지만, 여성 문제를 다루는 데 힘을 발휘하는 SF문학 장르를 개척한 그의 호기로움은 동시대 젊은 여성 작가에게까지 움튼다.
「 NAN GOLDIN 」
LGBTQ, 에이즈 등 사회적 주제를 다룬 사진작가다. 1980년대 당시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속한 트랜스젠더와 에이즈 환자, 마약중독자 등 주로 극단적 인물들이 그녀의 피사체였다. 그 가운데 지인도 많아 직접 그들의 삶에 침투해 적나라한 순간들을 가감 없이 포착했다. 나체, 흉터 등 자극적 이미지가 많았는데, 그 사진은 외설적이기보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심금을 울렸다. 슈프림이 낸 골딘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며, 그 사진들이 다시 한 번 회자되기도 했다.
「 PHOEBE PHILO 」
‘올드 셀린’이라는 추종자들이 생길 정도로 피비 파일로는 대중에게 완벽하게 각인된 디자이너다.
물론 디자인도 한몫했지만 균형 있는 삶의 태도도 그 배경에 깔려 있다. 끌로에와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하는 동안 사무실을 집 근처로 이전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자발적 휴식기를 갖는 등 가정과 브랜드를 유연하게 가꾸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우아하면서도 힘있고, 자유롭지만 단정한 그녀가 만든 옷처럼 말이다. 그런 그녀가 곧 돌아온다. 뜨거운 팬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킬 브랜드 ‘피비 파일로’는 티저만으로도 이미 여심을 울린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