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서 등 글쓰기 컨설팅… “AI가 못 따라오는 영역 다루죠”

한명오 2023. 10. 3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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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UX라이팅 스타트업 '이분' 박건(35) 대표는 자신을 '글쟁이'로 소개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내놓은 글은 개념을 나열하는 수준"이라며 "블로그, 인스타그램, 대본 등 상황에 맞는 글쓰기를 할 수 있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글의 일관성 유지는 사람이 작성하는 UX라이팅 현장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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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라이팅 회사 ‘이분’ 박건 대표
박건 ‘UX라이팅’ 스타트업 이분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인투미닛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분의 기술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따라 하지 못하는 ‘퇴고’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웅 기자


최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UX라이팅 스타트업 ‘이분’ 박건(35) 대표는 자신을 ‘글쟁이’로 소개했다. 그는 잡지사에서 글을 쓰던 에디터였다. 글로 밥벌이를 하던 중 LG유플러스의 UX라이팅 전문 팀인 ‘고객 언어 혁신 프로젝트’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서 이 업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사용자경험(UX)과 라이팅(writing·글쓰기)을 합친 UX라이팅은 온라인 환경에서 이용자가 읽고 이해하는 방식을 고려하며 가장 효율적인 문구를 찾아가는 일이다. 2017년 구글이 이 개념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박 대표가 운영하는 ‘이분’이 처음으로 이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박 대표는 “(LG유플러스에서) ‘글을 고쳐 보니 글쟁이가 꽤 큰 영향력을 줄 수 있구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퇴고’에 맞춘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며 2018년 5월 회사를 나왔다. 직접 차린 회사의 이름 ‘이분’은 2분 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짧고 쉽게 쓰자는 뜻을 담았다. 프로그램 이름도 ‘쉽게’다.

첫발은 내디뎠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문체’를 컴퓨터에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국어국문학 석·박사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문법과 형태소 분석 등 글쓰기 과정을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3만~5만 문장을 분석해 문체를 파악하고 두 달이면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형태로 받아볼 수 있다.

첫 고객은 금융서비스 플랫폼인 토스였다. 2019년 내놓은 첫 버전 ‘쉽게 1.0’로 A/B테스트를 진행했다. 두 가지 콘텐츠를 내놓고 이용자가 어느 쪽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다. 이분이 제시한 문구는 여기서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사가 늘었다. 현재 현대차, 국민은행, 새마을금고, 케이뱅크, 국민카드, 삼성카드, 카카오뱅크 등 여러 기업이 이분에게 컨설팅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스타트업 ‘이분’ CI 이미지. 홈페이지 캡처


이분의 서비스는 현재 4.6버전까지 나왔다. 이 버전 출시 일주일 만에 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내년 공개 예정인 5.0버전에는 부정문을 긍정문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분은 난해하기로 손에 꼽히는 관공서 공문도 뜯어보고 있다. 자사 기술로 위화감 없이 술술 읽히는 수 있는 공문서를 작성하는 게 목표다. 현재 경기 용인시가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UX라이팅은 퇴고를 거듭하는 작업이다. 박 대표는 퇴고를 ‘비포장도로를 가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내놓은 글은 개념을 나열하는 수준”이라며 “블로그, 인스타그램, 대본 등 상황에 맞는 글쓰기를 할 수 있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글의 일관성 유지는 사람이 작성하는 UX라이팅 현장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각자 취향에 따라 글을 쓰다 보니 플랫폼마다 문체가 ‘우후죽순’이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기획자나 디자이너 등이 UX라이팅을 한다. 특히 카피라이터처럼 ‘느낌’을 쫓다 보면 구성원 모두가 같은 ‘문체’를 갖기 어렵다”며 “하나의 문체를 만드는 것, 모두가 쉽게 ‘UX라이팅’을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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