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 주식이라던 엔비디아, 적정 가격 논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10. 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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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꺼질 거품” vs “PC 시장까지 공략”

“AI(인공지능) 러시는 현대판 튤립 광풍이다. 엔비디아는 조만간 꺼질 열풍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3배 이상 폭등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겼다. 미국 기술주 랠리를 이끈 선봉장이었고, 목표주가는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돌아섰다.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하자 부정적인 의견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인사이드(BI)에 따르면 리벨리언 투자전략팀은 AI 열풍을 17세기 튤립 광풍에 비유했다. 당시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다고 할 정도로 튤립 가격이 폭등했다. 튤립 구근 1개 값이 수억원을 호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폭락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리벨리언은 “역사적으로 금융 시장은 수많은 자산 거품을 지켜봤다”며 “17세기 튤립 광풍부터 최근 들어서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이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리벨리언은 “엔비디아가 대단히 뛰어난 기업”이라고 인정했다. 엔비디아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9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계수위를 높였다. “생성형AI를 둘러싼 열망과 치솟는 순익에 힘입어 최근 주가가 폭등했지만 투기적 거품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10월 25일 현지 시간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417달러다. 리벨리언이 평가한 적정 가치는 300달러다. 앞으로도 30%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 기술주 랠리를 이끈 선봉장이었던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진은 엔비디아. (AP)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엔비디아에 직격탄 될까

리벨리언의 평가에 힘을 싣기라도 하듯, 미국 정책은 엔비디아에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17일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을 기존 최첨단 AI 반도체에서 저사양 AI 반도체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자사 A100, A800, H100, H800 제품 등이 수출 통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재무 실적에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당장 내년부터 엔비디아 수익과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비벡 아리아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매출이 최대 5~10%, 주당순이익(EPS)은 8~1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리니 파주리 레이몬드제임스 애널리스트 역시 “내년 엔비디아 수익이 1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대중국 수출 통제는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약 3분의 1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국 인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도 엔비디아로서는 부담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씨티은행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630달러에서 57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630달러에서 600달러로 소폭 낮췄다. 아티프 말릭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수출 라이선스를 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새로운 규제로 엔비디아가 중국에 제품을 판매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사우디 등의 지역에 대한 AI 제한은 엔비디아의 매출에 생각보다 더 큰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압도적인 실적

PC용 진출도 새로운 기회

반면, 엔비디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탄탄하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압도적인 실적으로 건재한 펀더멘털을 증명할 것이라며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당국의 AI 칩 중국 수출 규제가 완벽한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엔비디아의 지배력(헤게모니)을 훼손시킬 요인이냐”고 질문한 뒤 엔비디아에 대해 업종 ‘최선호 종목(탑픽)’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 셈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 대비 101.5% 급증한 135억1000만달러의 매출액과 2.7달러의 EPS를 공개했다. 메가급 서프라이즈였다. 김형태 애널리스트는 “실적을 이끈 데이터센터 부문은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수요 증가로 A100, H100 등 고성능 플랫폼 채택이 확대되고 고성장세가 지속됐다”며 “북미 대형 CSP(Cloud Service Provider) 고객사들의 매출 점유율은 50%를 웃돌았고, 중국 비중은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업 축소 리스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번 규제 개정안의 핵심은 AI 칩 성능 기준이 추가된 것. 따라서 엔비디아는 서비스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김형태 애널리스트 판단이다. 미국 당국이 아직까지 자국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확정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중국 업체들이 직접 GPU를 구매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AI 학습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A100, H100 기반 데이터 인프라를 빌리는 방식인 셈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생성형 AI 개발에 사용하는 슈퍼 컴퓨팅 환경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DGX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했다.

최근 공개한 AI 사업 확장 계획을 보면 ‘서버용 GPU 공급 → DGX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 유치 → 개발 완료된 AI 애플리케이션 제공’ 단계를 통한 시장 확대 전략을 구사한다. 김형태 애널리스트는 “이런 사업 방향성은 중국이 선택 가능한 옵션과 일치한다”며 “군사 목적이 아니라면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강제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개인용 컴퓨터(PC)용 칩 제작에 나선다는 점도 반도체 시장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PC용 칩은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암(Arm) 기반 아키텍처로, 2025년 출시가 목표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엔비디아와 암의 주가는 각각 3.84%와 4.89% 상승했다.

반면, 기존 PC용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텔 주가는 3.06% 하락했다. PC용 칩 시장에서 인텔이 새로운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 시장 지배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분석이 쏟아졌다. 반대로 말하면 엔비디아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현재 전 세계 PC용 칩 시장은 인텔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텔에 이어 AMD가 2위다. 인텔의 PC용 칩은 자사가 개발한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암을 기반으로 한 엔비디아의 PC용 칩 개발은 인텔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도 있다. 투자은행 키뱅크(KeyBanc)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기존 670달러에서 750달러로 크게 높였다. 존 빈 키뱅크 애널리스트는 “여러 공급망 파트너로부터 스마트폰과 PC 주문이 이어지고, 특히 자동차 반도체 수요는 더 광범위하다”며 “반면 엔비디아의 단기 공급은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목표주가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수급을 맞추기 힘든 만큼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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