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단행한 미래에셋…모든 길은 글로벌로[CEO LOUNGE]
미래에셋그룹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수뇌부에 큰 변화를 줬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을 공동 창업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1997년 미래에셋 창립 멤버로 참여한 지 26년 만이자, 2021년 미래에셋증권 회장에 오른 지 2년 만이다. 최현만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미래에셋그룹은 다시 박현주 ‘1인 회장 체제’로 돌아왔다. 박 회장은 2세대 전문경영인 6인을 부회장으로 중용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했다.
박현주 회장 글로벌 비전 구현 평가
최근 미래에셋그룹은 대대적인 그룹 인사를 단행했다. 최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 고문직을 맡는다. 그는 1961년생으로 전남대를 졸업하고 동원증권에 입사해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박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창업했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상무를 시작으로 26년 동안 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해왔다.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원으로 설립된 미래에셋증권이 2021년 국내 자본 시장 최초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달성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 증권사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뿐 아니라 조웅기·최경주·이만열 등 창업 공신 부회장들을 포함한 1963년생(60세) 이상 임원들도 현업에서 물러났다.
주력 계열사 미래에셋증권에서는 김미섭 글로벌사업담당 사장, 허선호 WM(자산관리)사업부 사장, 이정호 홍콩법인 사장 등이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미래에셋증권 3명의 신임 부회장은 과거 그룹 고속 성장을 주도한 5인 체제(당시 최현만 수석부회장·조웅기·최경주·정상기·하만덕 부회장)에 비견된다. 김 부회장과 허 부회장은 그룹 엘리트 양성 조직인 혁신추진단에서 호흡을 맞췄다.
주요 키워드는 ‘글로벌’이 꼽힌다. 미래에셋그룹 조직 전반을 지배하는 핵심 정체성이 ‘글로벌’이다. 박현주 회장은 증권을 포함한 전 계열사에서 해외 기업 인수와 현지 법인 조직 개편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최근 수년간 인수한 글로벌 운용사들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자주 강조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가운데 이제 글로벌이 생존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고 촌평했다.
미래에셋증권 3명 부회장 가운데 체급 측면에서도 글로벌 담당 김미섭 부회장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김 부회장은 올 3월 미래에셋증권 사내이사로 선임돼 신임 부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이 미래에셋증권 차기 대표이사로 유력하게 관측됐고 지난 10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새 대표로 선임됐다. 허선호 부회장과 전경남 사장도 신임 사내이사로 추천됐다. 이에 김 부회장과 허 부회장의 각자 대표 체제가 유력하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이 각자 대표직을 수행했다.
김 부회장은 자본 시장에서 해외통으로 손꼽히는 인사다. 그는 미래에셋그룹 해외 진출의 처음부터 현재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박현주 회장과 함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3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홍콩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작할 때부터 김 부회장은 법인 현지 설립을 위한 실무 작업을 주도했다. 이후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싱가포르법인 최고경영자를 지냈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브라질법인 CEO를 역임했다. 미래에셋그룹이 2011년 캐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호라이즌ETF’를 시작으로 해외 금융사를 줄줄이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오랜 기간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사업 전략의 비전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라며 “3명의 부회장 중 최현만 회장에 이어 2기 전문경영인 회장 후보군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운용 대표이사, 김영환 유력 관측
미래에셋증권의 국내 영업 사령탑은 허선호 부회장이 맡는다. 허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 WM사업부를 총괄해왔다. 지금까지 연금, 해외 주식, 디지털 등 리테일 사업 성장을 주도하며 ‘안방 살림’을 챙겨왔다. 두 부회장의 주특기가 각각 글로벌과 WM사업인 만큼 두 부문에서 적극적인 시너지를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량 거래와 자산을 발굴하는 역할을 김 부회장이 맡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상품을 조달해 WM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역할을 허 부회장이 맡는 식이다. 기업금융(IB)과 대체 투자와 WM사업의 연계는 대다수 글로벌 증권사에서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이 해외 법인을 대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외 법인 거점 기지 역할을 하는 이정호 홍콩법인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해외 법인의 자본력을 키워 그룹 이익 기여도를 지금보다 큰 폭 개선시키겠다는 박 회장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해외 법인이 가장 많지만 각 법인 이익 기여도는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이준용 멀티운용총괄 사장, 스와루프 모한티 인도법인 사장 등이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운용에서는 크게 ‘1970년대생 대표-1980년대생 본부장’ 체제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이사 후보로는 1971년생인 김영환 혁신·글로벌경영부문 총괄대표의 낙점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최창훈·이병성 공동 대표이사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최창훈 대표는 1969년, 이병성 대표는 1967년생인 만큼 후임 대표이사는 1970년대생이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영환 총괄대표는 주식운용본부장, 브라질·영국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 글로벌경영부문 대표 등을 두루 거쳐 글로벌 시장 공략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외 미래에셋생명에서는 김재식 신임 부회장이 풍부한 자산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IFRS17 제도 도입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재상 대표이사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김재식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재상 대표가 영업을, 김재식 대표가 관리를 총괄하는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 변 대표가 퇴진하면서 부회장으로 올라선 김 대표에게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미래에셋생명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김 대표 단독 체제로 바뀔지도 관심사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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