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쟁사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요?
[신만섭]
▲ 지난 10월 14일과 21일, 의열단 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오라마 강의. |
ⓒ 신만섭 |
지난 10월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디오라마'의 세계를 알림과 동시에 제작법을 위한 강의가 사단법인 의열단 주최로 열렸다.
▲ '디오라마로 표현한 의열정신' 강연 홍보 이미지. |
ⓒ 의열단 |
의열단 본부(서울 삼청동 위치)에서 진행된 디오라마 강의는 제목대로 디오라마라는 트렌디한 수단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의열정신을 고취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됐다. 정치권에서 일부 항일 투쟁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어서 더욱 시의적절하기까지 했다.
강의를 맡은 신언엽 작가는 무대디자인을 전공하고, 영상대학원에서 프로덕션디자인을 전공, 박사과정은 실감융합콘텐츠를 수료했다. 디오라마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오랫동안 '순수작품' 활동을 하며 전시(展示), 드라마, 영화 제작을 위한 디오라마 소품과 배경작품을 만들다가,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한 디오라마를 통일부에 제안해 도라산역에 전시하게 됐다.
그는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하는 디오라마 제작을 계기로, 항일지사 활동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의열단 강의에서 청소년 학생들에게 과제가 주어졌는데, 의열단의 김상옥 의사를 소재로 하는 디오라마 작품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다.
다른 어떤 항일투사들보다도 치열한 투쟁 끝에 산화한 김상옥은 우리 국민 대다수에게 그 이름이 잘 안 알려져 있어,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과, 그의 순국 100주기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선정된 작품은 보훈부 서울청장상을 비롯한 수상과 함께 11월 중에 의열단 본부에 전시될 예정이다.
2차 강의가 끝난 지난 10월 21일, 신작가와의 인터뷰를 의열단 본부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 실물크기의 1/6로 축소한 디오라마 작품과 신언엽 작가. |
ⓒ 신언엽 제공 |
▲ 신언엽 작가가 제작한 문재인-김정은 첫만남 장면 (실물크기의 1/6로 축소한 디오라마 작품) |
ⓒ 신언엽 제공 |
- 디오라마란 무엇입니까?
"디오라마는 특정 주제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거나 관객들에게 특정 장면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기록하는 예술형식의 전시물입니다. 창조적인 미술과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매우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예술문화의 한 장르입니다."
- 디오라마 작품 활동 중에 경의선 도라산역에 2018년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 디오라마를 전시했는데, 계기와 진행과정을 말씀해주세요.
"2018년 4월 27일 남북 두 정상 만남의 장면은 제가 살아오는 동안 접했던 가장 강력하면서도 역사적인 사건이였습니다. 오랜 시간의 남북단절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염원을 담은 역사의 기록을 디오라마에 담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게 됐습니다.
▲ 2019년 도라산역에 전시된 신언엽 작가의 2018 남북 정상회담 디오라마. |
ⓒ 신언엽 제공 |
▲ 신언엽 작가가 제작한 문재인-김정은 도보다리 대화 장면(실물크기의 1/6로 축소한 디오라마 작품). |
ⓒ 신언엽 제공 |
- 지금도 작품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시도를 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은 있는지요? 항일투쟁 주제의 영화 참여도 가능한지요?
"한 장면을 축소해 그대로 재현한 디오라마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 새로운 문화 시장이 열리겠다는 희망을 봤습니다. 그동안 외국 히어로물들에 나오는 영웅들을 디오라마로 표현했는데, 앞으로는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기록하는 디오라마 작업에 몰두할 계획입니다. 항일투쟁 주제의 영화참여에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참여할 것이고 장면들을 생생하게 재현해보고 싶습니다."
- 오늘(10월 21일)까지 사단법인 의열단에서 주최하는 중고생 대상 디오라마 교육 2강을 마쳤는데요. 소감은?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디오라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많았고 항일운동가들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보여서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여러 예술 장르가 있지만 디오라마로 자신만의 자유로운 표현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들 흥미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 강의를 마치고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항일운동가들의 역사 기록을 남기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학생들에게 실습차원에서 의열단원 '김상옥'을 주제로 한 디오라마 제작 과제를 냈어요. 왜 김상옥인가요?
▲ 의열단 출신 독립운동가 김상옥(1889~1923) |
ⓒ 독립기념관 |
- 항일지사들의 활동과 투쟁사를 디오라마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가능성과 한계를 어떻게 보나요?
"2023년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주신 항일운동가들의 업적을 디오라마로 역사 기록을 남기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의열단의 지원 아래 학생들이 참여했고, 곧 그들의 작품전시회가 열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한 번 되짚어보고 생각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입니다. 그 가능성과 한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야 하고 알려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작가님이 디오라마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항상 콘텐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영화, 방송, 광고, 공연, 인테리어 등 여러 공간의 장르를 접하면서 나만의 작품, 나만의 콘텐츠,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트렌드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무대미술, 영상 미술을 하면서 충족되질 못했습니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항상 축소모형(미니어쳐) 작업을 하게 되는데 다행히 전 모형작업을 너무 좋아해서 많이 하게 됐습니다. 3D로 디자인을 하고 디자인 된 그림을 모형으로 만들어 공간을 실험하는 작업을 수년간 하다 보니, 지금 제가 디오라마를 만들고 있네요(웃음).
그리고 정교한 핫토이 12인치 피규어 매력에 푹 빠져, '그냥 장식적 배치로 끝내지 말고 전공을 살려 스케일 크게 만들어 보자' 는 생각에 디오라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구글이나 유트브를 통해 찾아보니 12인치(1/6 스케일) 디오라마를 제작하는 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행하게 됐습니다."
- 디오라마의 창작,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 지난 10월 14일과 21일, 의열단 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오라마 강의. |
ⓒ 신만섭 |
▲ 신언엽 작가의 작품. |
ⓒ 신언엽 제공 |
▲ 신업엽 작가의 BTS 디오라마 작품. |
ⓒ 신언엽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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