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시장도 성장세 주춤…위기론 나오는 3가지 이유는

강기헌 2023. 10. 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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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주에 세워진 테슬라 충전기.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 위기 경보를 울렸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연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테슬라는 3분기 43만5059대를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3억 달러(약 31조4800억원)로 예상치 241억 달러(약 32조56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발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실망한 건 순이익 축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미국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들어서부터 생산과 수요가 동시에 삐걱거렸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3가지 키워드로 미 전기차 시장에 드리운 악재를 살펴봤다.

① 테슬라 치킨 게임=전기차 시장에 위기 경보를 울린 건 테슬라다. 지난 1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테슬라는 43만5059대를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3억 달러(약 31조4800억원)로 시장 예상치 241억 달러(약 32조56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실망한 건 순이익 축소였다. 테슬라의 3분기 순이익은 18억53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로 지난해 동기 32억9200만 달러(약 4조4400억원)와 비교해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 주요 모델 가격을 낮추며 치킨 게임(판매가격 인하)을 주도했던 테슬라가 제 살을 깎아 먹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폭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는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비단 자동차 산업뿐만이 아니다”며 전기차 위기론에 불을 붙였다.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던 다른 양산차 기업도 치킨 게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포드는 3분기 전기차 사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75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공시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는 전기차 전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는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비단 자동차 산업뿐만이 아니다”며 전기차 위기론에 불을 붙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생산 측면의 위기는 더 있다. 최장기 파업을 이어온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최근 포드·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와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라 향후 생산하는 차량당 인건비는 850~900달러가 오를 전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임금 인상 합의에 따라 전기차를 포함해 자동차 소비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UAW가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테슬라와 배터리 업체를 상대로 조직력을 확장하는 중이라 가뜩이나 높은 전기차 가격이 향후에도 더 높아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최장기 파업을 이어온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제너럴모터스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UAW는 최근 포드·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와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임금인상 합의에 따라 향후 생산하는 차량당 인건비는 850~900달러가 오를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② 하이브리드 약진=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란 타이틀을 중국에 내줬지만 브랜드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으로 꼽힌다. 그만큼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다. 친환경차 점유율은 가파르게 성장한 것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미 에너지청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판매 점유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2~3%를 오가는 수준이었다. 친환경차 정책이 수면 위로 올라온 2020년 하이브리드 점유율은 3%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6%를 돌파했다. 이후 정부가 전기차 확대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전기차 점유율은 하이브리드를 넘어서며 역전했다.〈그래픽 참조〉

하지만 올 2분기 들어서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가 전기차를 추월했다. 미 에너지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신차 판매 중 하이브리드 비율은 7.2%로 순수 전기차 6.7%를 뛰어넘었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주원 기자


반면 전기차 재고는 쌓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 인텔리전스는 “포드 전기차 머스탱 마하-E 재고는 3.5개월 치를 기록해 업계 평균을 뛰어넘었다”며 “현대차·기아와 폭스바겐도 전기차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얕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충전 인프라 부족과 값비싼 전기차 가격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포드 전기트럭 F-150 라이트닝 모델. 포드는 전기차 생산 설비 투자비 120억 달러(약 16조2100억원)를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20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폐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③ 배터리 속도 조절=미 전기차 시장이 성장에서 정체로 방향을 틀면서 K-배터리·자동차 기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배터리 기업의 경우 전기차 양산 계획 변경에 따라 사업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서다.

K-배터리 3사 중 양산 연기를 구체적으로 밝힌 건 현재까지 SK온이 유일하다. 포드와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는 SK온은 “켄터키 2공장은 양산을 연기할 계획”이라며 “테네시와 켄터키 1공장은 예정대로 2025년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전기차 설비 투자비 120억 달러(약 16조2100억원)를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20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폐기했다.

제너럴모터스와 합작 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건설 단계에 있는 북미 3기 공장은 시장 상황과 고객 수요 변화에 따라 증설 속도를 전략적으로 조절해 나갈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부인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미 시장 진출이 늦은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짓고 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양산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사바나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다. 사바나 공장은 내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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